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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 브로커, 인터넷사기범…거리의 아이들에겐 '직업'이 있다

사건/사고

    조건만남 브로커, 인터넷사기범…거리의 아이들에겐 '직업'이 있다

    • 2015-08-04 06:00

    [신림동 아이들, 좌절 그리고 희망]② 먹고, 사기치고, 배신하라…진화하는 신림동 범죄

    서울 신림동에 첫 발을 내딛은 14살 아이들은 20살이 돼도 떠나지 못한다. 처음 신림동에 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거의 같다. 돈이 없어 범죄를 저지르고, 전과가 더해지면서 아이들은 사기꾼·브로커로 전락한다. CBS노컷뉴스는 가출 청소년의 대표적 집결지인 '신림동' 심층취재를 통해, 거리의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그 안의 희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밤거리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경기도 파주의 한 모텔 앞. 담배를 피우며 초조함을 감추던 정민수(18·가명)군이 모텔방으로 올라갔다.

    "내 동생이랑 뭐 하는 거에요? 얘 미성년자에요."

    15살 여자 아이와 함께 있던 남성의 동영상을 찍은 민수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상대 남성은 "한 번만 봐 달라"며 지갑에 있던 돈 40만원을 모두 민수에게 건넸다.

    '조건만남 브로커'

    지난해 11월 집을 나온 가출 청소년 민수의 또다른 이름이다.

    조건만남 사기에서 민수가 맡은 역할은 먹잇감을 물색하는 일이다. 여자인 척 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남성을 물색한 뒤, 또 다른 가출 청소년인 15살 여자 아이를 성매수남과 함께 모텔방으로 올려 보낸다. 뒤이어 34살 삼촌, 19살 형이 그 현장을 덮친다.

    이들 조건 만남 사기단은 이런 식으로 두 명의 남성에게 모두 70만 원을 뜯어냈다.

    그 전에는 물품사기를 자주 했다는 민수는 "사기나 절도는 쉽게 걸리지만 조건만남 사기는 증거가 없으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성매수남)이 잘못한 거죠. 나는 잘못한 게 없어요."

    18살 정태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학교를 퇴학당한 뒤 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생각에 물품사기를 했다가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곧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번이 두 번째 조사라는 정태는 “이번엔 빵(구치소)에 들어갈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신림동에서 만난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이다. 학생이라는 직업이 없는 대신 아이들은 저마다 생계형 범죄를 위한 '직업'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었다.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 신성희 센터장은 "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쉼터에서 간섭받는 대신 자신들끼리 모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 '사다리 타시나요?' SNS로 진화하는 신림동 아이들의 범죄

    가출 청소년들은 '페메'(페이스북 메신저) 등 SNS를 범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학교를 그만둔 정지운(18·가명)군은 SNS로 불법 스포츠 토토를 홍보하며 수수료를 챙겼던 경험이 있다.

    일명 '사다리'라는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자신의 아이디를 추천인으로 등록하면 베팅해 잃은 금액의 30%를 추천인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SNS로 '사다리 타시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내 사이트를 홍보하고 자신을 추천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스포츠 토토 배팅을 '프로젝트'라고 부르며 다른 아이의 돈까지 빌려 불법 스포츠 토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기한테 50만원만 달라고 해요. 500만원으로 불려주겠다고. 대신 불려주면 그 중 200만원을 달라는 거죠. 이길 확률이 정말 낮은데 애들은 이번에 주전이 누구다 분석해서 돈을 걸어요. 이런 게 왜 안 걸리나 모르겠어요."

    정군은 "다른 SNS랑 달리 페메는 저희들끼리만 소통하기 때문에 걸릴 이유가 없다"며 "본전만 찾자고 계속 하다보면 결국 돈을 다시 잃는 걸 반복한다"고 말했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매년 약 10만명의 청소년이 범죄로 입건되고 3000여명의 청소년이 소년원에 수용된다. 전과 5범 이상의 소년범도 1만명에 이른다.

    생존과 직결돼 있다 보니 거리의 청소년들은 범죄에 더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소년범 3만 7900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은 1만 7500명으로, 절반 수준인 4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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