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사의 회계분석을 맡아온 검찰 수사관이 포스코 수사에 대응하는 로펌 가운데 한 곳인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취업을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수사 상황이 변호인단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잇단 영장 기각으로 난관에 봉착한 포스코 수사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에 근무해온 수사관 최모씨는 지난달 24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소속으로 대검찰청 반부패 수사지원과에 파견된 6급 수사관 최씨는 회계사 특채 출신이다. 최씨는 포스코 수사가 시작된 뒤인 지난 4월~5월쯤 서울중앙지검에 재파견을 나가 포스코 수사 관련 회계분석을 담당했다.
대검찰청이 포스코 수사팀에 지원한 회계사는 총 3명으로, 최씨는 10여년 간 검찰에 근무한 가장 고참급 회계사였다.
최씨는 사직서 제출 뒤 주변에 "김앤장에 가게 됐다"고 공공연히 밝혔으며, "포스코 수사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고 하청업체 회계분석에만 관여했지만 행여 문제가 될까봐 취업심사를 신청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검찰청 감찰1과는 최씨의 사직과 김앤장행을 접하고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업무관련성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송부하는 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부패부도 최씨가 맡았던 수사 관련 업무와 김앤장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 리스트를 정리해 최씨의 취업심사를 맡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29조는 취업심사 대상자가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없이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30조에는 공직자윤리위의 해임요구를 거부한 기관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해당 법이 실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와, 최씨의 경우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오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공직자윤리위의 결론을 기다리는 것과 별개로 감찰과 차원에서 최씨와 포스코의 업무관련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최씨가 포스코 수사 중간에 투입된 데다, 재무재표 등 회계 분석에만 관여했다며 향후 수사나 재판과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최씨의 김앤장행 소식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
정 전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경영진과 정관계 로비의혹이라는 '가지치기'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수사 대상 기업의 회계분석에 참여하던 수사관이 김앤장에 가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서로에 대한 불신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모두가 단결해 들어야 할 창이 방패가 된 것"이라며 "공소유지할 때도 변호인단에 카드가 노출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 수사와 관련해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의 적도 있어 어려운 면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의 경우 김앤장 내 사건대응팀에 소속될 예정이며, 이 팀에는 이모 전직 검찰 수사관과 회계사 출신 김모 전직 수사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포스코 수사와 관련해 개별 피의자별로 제각기 다른 로펌들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있으며, 포스코 그룹 차원에서 변호를 맡고 있는 공식 로펌은 없다.
그러나 김앤장의 경우 매일 아침 포스코에서 열리는 수사 대응 회의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김앤장이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 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NEWS:right}
한 검찰 관계자도 "포스코 수사 대상의 변호인으로 공식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앤장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특히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수사에서 크든 작든 간에 회계 분석 등 과정에 참여했던 수사관이 포스코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는 로펌에 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앤장에는 검찰에서 핵심보직인 인사와 정보, 수사파트에서 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10명 이상의 검찰수사관들이 포진해 있으며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