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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부패척결 vs 농어민 생존권…선물 상한액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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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부패척결 vs 농어민 생존권…선물 상한액 진통

    한우, 굴비 선물시장 직격탄…정치권 동조 움직임

    지난 3월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재석 247인,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암초에 걸렸다. 농민과 어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과일과 한우, 굴비 등 선물용 농.축.수산물의 판로가 막혀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주장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패척결을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현실의 높은 벽에 막힌 상황이다.

    ◇ 과일, 한우고기, 굴비 선물용 판매비중 높아…명절 기간에 집중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사과 생산량은 48만 톤, 배는 30만 톤에 달했다.

    사과와 배는 저온 창고 등에 보관돼 1년 내내 유통되지만, 추석과 설 명절 기간에 선물용으로 25% 정도가 판매되는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또, 소의 경우도 지난해 모두 96만 마리가 도축됐으며, 이 가운데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1월과 9월 두 달 동안 20만 마리가 도축돼 21%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명절이 포함된 달에 도축된 소의 절반 정도는 선물용 세트로 포장돼 판매됐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 국내 소 도축물량의 10%가 명절 선물용으로 유통된다”고 말했다.

    굴비는 명절 선물용 비중이 더욱 높다. 해양수산부와 영광군에 따르면 국내산 굴비 생산량은 연간 2만 4,000여톤으로 매출액은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광군은 이 가운데 85% 정도가 명절 기간에 선물용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김영란법 적용 대상 공무원, 언론사 직원 160만명…명절 선물 시장 타격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은 내년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아직 구체적인 제한 액수는 정해진 게 없다. 시행령에서 마련해야 한다.

    다만, 현행 공직자윤리강령은 식사제공과 선물은 3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까지 인정해주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정한다면 10만원이 넘는 한우고기와 굴비 세트는 물론이고 10kg 한 상자에 5만원 하는 사과와 7.5kg 한 상자에 3만원 정도 하는 배의 경우도 명절 선물용으로 줄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 과일과 소고기, 굴비 유통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공무원 100만명과 산하 공공기관, 사립학교, 언론사 임직원 등 60만 명을 더해 대략 160만 명에 달한다.

    유통업계는 이들에 대한 선물 지급이 금지되면 국내 전체 사과와 배 생산량의 5%, 한우고기는 3% 정도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부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란법에서 허용대상 선물 가액이 5만원 수준에서 정해진다면 이로 인한 농민피해가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농어민, 김영란법 반기…정치권도 반대 기류

    천안 배 원예농협 심훈기 상무는 “가뜩이나 한미, 한중 FTA 때문에 과수생산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과일 선물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렇게 되면 과일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결국 피해는 농민들이 져야 한다” 말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김영란법 시행령이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지 모르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10만 원 선에서 결정되면 한우농가는 모두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김영란법에서 한우고기 선물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과 어민단체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산 농.축.수산물 판매가 위축되고 대신 수입산이 선물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은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RELNEWS:right}신정훈 의원은 “김영란법의 제정으로 국가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것엔 모두가 공감한다"며 "그러나 우리 농축산물을 위해 예외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현재 공직자윤리법 안에 있는 윤리강령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 윤리강령에 3만원, 5만원, 10만원(화환)이라고 돼있는데 현실에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란법 토론회에서 “농어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명절용 농수축산물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다음 달까지 김영란법 시행령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법 제정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농어민들을 위해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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