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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로스쿨 출신 딸이 지원한 사실을 알린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
법무공단 변호사 채용에서 아들이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속의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
국회의원들의 바짓바람이, 이른바 '빽'이라 불리는 '백(back; 뒷배)'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노량진 고시학원 일대에서 만난 취준생들은 백을 "부러운 것, 갖고 싶은 것, 나한테만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취준생 임모(25)씨는 "고위층 자녀들이 부모 덕분에 취업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며 "백이 있어도 아직은 젊기 때문에 백 같은 걸 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김모(25)씨도 "경쟁을 해서 얻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며 "나는 열심히 하는데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탈락한다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혹독한 취업 시련을 겪으며 '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취준생 3년차인 정모(28,여)씨는 "예전에는 부모님 힘으로 들어갔다고 하면 화가 났는데 취준생이 되니 백이 있으면 쓰고 싶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고위층 자녀들의 특혜가 솔직히 탐탁지 않다"면서도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부러움이 더 큰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중인 진모(27,여)씨는 존경받는 교수님의 채용 비밀(?)을 알고부터 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교수님도 알고 보니 백을 써서 대학교에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백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배가 아프죠."
◇ "대기업 간부 삼촌 덕에 합격…백은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취업 시장에서 그 실체를 목격한 취준생들의 경우는 솔직하게 '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근 친구가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전모(28)씨는 "백이 있다면 간절히 쓰고 싶다"고 털어놨다.
"저보다 학점도 낮고 스펙도 별로인 친구가 대기업에 바로 합격해 놀랐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친구 삼촌이 그 회사 간부더라고요."
송모(25,여)씨는 "한 학기 내내 면접보러 다녔는데 백을 쓴 친구는 면접도 안 보고 바로 출근했다"면서 "그럴 거면 공채를 하지 말지 왜 시간 낭비하게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고용 절벽 시대 '백=취업'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니 고위층 자녀의 특혜는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