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개봉하는 헐리우드 영화 '마션'. 사고로 홀로 화성에 남은 우주 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맷 데이먼과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 제작과 촬영 전 미 항공우주국(나사)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나사는 20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화성에서 생존하려면 풀어야 할 9가지 문제를 제시하고 현재 나사가 개발하고 있는 해법을 소개했다.
왼쪽은 영화 '마션'의 화성 기지, 오른쪽은 나사의 모의 거주지.(사진제공=폭스/나사)
◇ 거주지화성의 '솔'(화성의 '하루'를 일컫는 말로, 24시간 37분 정도)은 거칠다. 당연히 거주지가 있어야 한다. 나사는 먼 우주 탐험길에 오르는 우주 비행사들의 훈련을 위해 존슨 우주센터에 '헤라'라고 불리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시설은 외계 거주지를 모방해 놓은 시설로, 거주동과 작업실, 위생모듈, 감압시설 등을 갖춘 2층 구조물이다. 현재 이 시설에서는 14일간 생존할 수 있는데, 나사는 이를 60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 파견되는 우주비행사들도 이 시설에서 훈련을 받았다.
왼쪽은 우주선에서 감자를 기르는 영화의 한 장면, 오른쪽은 ISS에서 적상추를 실제로 재배한 모습(사진제공=폭스/나사)
◇ 식물 재배영화 '마션'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이 비행선 내에 흙을 깔고 식물을 재배하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주선 내에서 상추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내에 마련된 재배실에서 키운 붉은 양상추를 키워 우주탐험 사상 처음으로 시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영상] "여기는 델타, 튜브 대신 상추 먹는다")ISS에는 '베지'로 불리는 채소 재배 시스템이 장착돼 있는데 비료와 배양지가 담긴 삼투성 봉투에 적, 청, 녹색 광선을 쬐어 채소를 기른다. 우주 공간 내에서 식물재배에 성공한 것은 심우주 탐험에 있어 중대한 성과로 평가되는데, 나사는 미래 화성인들의 영양 공급을 위해 재배되는 채소의 종류와 양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물 재활용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물은 화성엔 없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물을 실어 나르려면 '특급배송'이라 하더라도 9개월이 걸린다. 화성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급자족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물을 만들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다. 현재 ISS에서는 땀 한방울, 눈물 방울, 심지어 오줌 한방울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다.
물재생 시스템이 오줌은 물론 폐수 등과 같은 모든 것에서 수분을 추출해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우주인은 "어제의 커피가 오늘의 커피로 바뀐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한가지 문제는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지구처럼 물과 공기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사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수분을 분리추출한다.
◇ 산소 공급음식, 거주지, 물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숨쉴 수 있는 공기가 없다면 화성인은 존재할 수 없다. 영화에서는 '옥시지네이터'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우주선의 연료발전기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산소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ISS에서는 물을 전기 분해해 산소와 수소로 분리한 뒤 수소는 버리고 산소만 쓴다. 나사는 우주비행사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에서도 산소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산소 선순환 기술도 연구발전시키고 있다.
왼쪽은 나사의 차세대 우주복 Z-2시제품, 오른쪽은 영화상의 우주복(사진제공=폭스/나사)
◇ 우주복화성의 대기는 매우 차갑고 거칠다. 또한 바깥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견고하면서도 유연하고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현재 나사에서는 'Z-2'라는 차세대 우주복 시제품을 만들어 공개했다. 견고하면서도 유연해야 하기 때문에 섬유와 복합소재를 혼합해 만들었다.
나사가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화성 지표 탐험으로 발생하는 먼지를 우주선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사는 이 해결방법으로 우주복 뒷면에 출입구(?)를 만들어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 외부에 우주복을 놔둔 채 우주선 안에서 우주복으로 '뛰어들 듯이' 입고 벗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왼쪽은 영화에 나오는 탐험차,오른쪽은 나사의 탐험차(사진제공=폭스/나사)
◇ 우주탐험차흔히 '로버'라고 불리는 지표 탐험차량이다. 이같은 종류의 차량은 진화를 거듭해 현재 나사가 시험하고 있는 로버는 영화에 나오는 차량과 거의 비슷할 정도다. 나사는 현재 '다목적 우주개발차량'(MMSEV)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 이온 추진영화 '마션'에서는 '이온 추진' 기술을 이용해 우주선을 타고 4억 4,800km떨어진 다른 행성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이처럼 장거리 우주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추진기술이 '이온추진' 기술이다. 아르곤이나 제논 등 불활성 기체를 이온화한 뒤 이온을 시속 32만km 속도로 방출하면 추진력이 발생한다. 우주선으로 치면 미풍을 부는 정도의 힘. 하지만 이런 힘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엄청난 가속도가 생긴다. 이온 추진 기술은 연료분사식 추진 기술과 달리 우주선이 궤도를 여러번 바꿀 수도 있다. 실제로 나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5년 동안 이온 추진을 한 결과 시속 4만km의 속도차를 기록하기도 했다.
◇ 태양광 패널
화성에서 장기간 거주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원이 있어야 한다. 물도 없고 기름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있는 에너지 원은 태양 뿐.
영화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얻는데 ISS도 마찬가지다. 현재 ISS에는 태양광 패널 4세트가 장착돼 84~120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대충 4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와 맞먹는다. 태양광 패널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충전해 태양광이 없을 때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생기(RTG){RELNEWS:right}
우주에는 태양광 패널 뿐 아니라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는 에너지를 보조 에너지로 사용한다. 달 탐험에 나섰던 아폴로 우주선과 현재 화성에서 열심히 탐험하고 있는 무인우주선 '큐리오시티'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플루토늄238이 자연붕괴하면서 열에너지를 발생시키면 이를 전기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각별히 취급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방사선 누출 위험 때문에 주인공이 이 RTG를 우주선 바깥 땅에 묻는데 실제로는 옷이나 피부를 뚫지 못하는 알파선만 발생시키기 때문에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보다는 우주 대기에서는 쏟아지는 방사선을 막는게 더 큰 과제라고 나사는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