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지난 24일 고 신해철의 사망 원인을 의료과실로 결론 짓고 집도의인 S병원 강모(44) 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소식을 접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SNS를 통해 "고인의 음악 작업실이 있던 성남에 마왕 신해철 거리를 조성해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신해철. 고인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을까.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 씨는 "사실 오늘의 싸이가 있도록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어준 인물이 신해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미학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한국의 예술가 8인을 인터뷰해 엮은 책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출판사 창비)에서다.
강 씨는 책 속 8인의 인터뷰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막역한 사이였던 고 신해철에 대한 추억을 더듬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대중음악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우리나라에서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이 가장 많은 시인이 박노해입니다. 그래서 시집 '노동의 새벽'의 20주년을 맞아서 음악적으로 한번 조명해 보자고 해서 제가 직접 기획했어요. 역시 제작비가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아예 신해철한테 프로듀서를 맡아달라고 했죠. 내가 만들 수 있는 돈은 이것밖에 없으니, 이 안에서 네가 어떻게든 앨범을 만들어달라고. (중략) 그 앨범에 넥스트와 싸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박노해의 시 '하늘'을 가지고 쓴 곡이 있어요. 사실 오늘의 싸이가 있도록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어준 인물이 신해철이라고 생각합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한계에 부딪쳤던 싸이가 록밴드 편성의 라이브 뮤지션이 된 것이 지속적인 성공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부분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 신해철이었어요." (250쪽)
◇ "신해철과 서태지…1980년대 음악 정신의 계승자"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ㅣ진중권ㅣ창비
강 씨는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밥 딜런에게 내리는 평가를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 신해철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싶다"고 했다.
"밥 딜런의 음악이 미국, 나아가서 세계 대중음악사에 끼친 결정적인 공로는, 대중음악이 문학적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거거든요. 통속적이고 동어반복적인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서 대중음악이 인간 인식의 내면, 나아가 사회와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을 수 있다는 거. 그래서 당시의 비틀스 같은 밴드들이 철학적·사회학적 통찰의 음악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밥 딜런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해철은 그 이전에 한국 대중음악사가 다다르지 못했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지요." (252쪽)
그는 "영원한 음악감독"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해철은 이제 한물갔다, 나이도 있고, 인기도 없고, 음반도 많이 안 팔리고. 이상한 예능이나 토크 프로그램에만 나온다'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근데 옆에서 그를 지켜본 저는 생각이 달라요. 제가 지난 7년 동안 신해철을 보았을 때 열 번 중 아홉 번은 스튜디오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갈 때마다 새로운 걸 들려줬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