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 男은 경제력, 女는 외모수준 높여야?
-교육부 성교육 자료, 왜곡된 성관념 심을수도
-성폭력도 피해자에게 책임전가할 소지 있어
-야동, 자위행위 단어도 사용못해, 현실 괴리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교육부가 만든 교사용 성교육 자료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자료는 교육부가 올해 3월에 배포한 '국가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인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 철회를 위한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회의 최란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 최란>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교육부가 배포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뭔가요?
◆ 최란> 올 2월에 교육부가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자료인데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전 과정에 맞춰서 작성된 성교육 표준안이고요. 담당 교사는 물론이고 외부에서 오는 전문 강사들도 이 표준안을 지명해서 성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구요. 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준수했는지의 여부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연말 평가를 하겠다는 내용까지 표준안에 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20여 개의 학부모단체와 교육단체 그리고 성교육단체가 연대회의까지 만들면서 이 표준안을 비판하고 있는데. 문제가 뭡니까?
◆ 최란> 성차별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 게 일단 성교육표준안으로써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중등과정 내용 중에 ‘결혼 전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남성은 돈, 여성은 몸이라는 등식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남성이 응당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데이트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표현이라든가.
아니면 ‘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이 초등학교 자료에 포함돼 있거든요. 사실상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 논리를 옹호하게 만들고 피해자한테 피해를 전가하게 만드는, 잘못된 성관념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되는 표현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연대회의까지 구성하게 됐습니다.
◇ 박재홍> 말씀하신 대로 고등학교 자료인데요. ‘데이트 성폭력이 여자가 돈을 안 내서 생긴다’ 이런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
◆ 최란> 그런 오해도 굉장히 많이 불러일으킬 수 있고요. 중등과정 내용 중에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거절하는 의사를 잘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잘 중요하다.’ 이런 내용도 담겨져 있거든요.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았을 때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표현들도 있어서 굉장히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사진=교육부 홈페이지)
◇ 박재홍> 초등학교의 교재에 있는 ‘남자의 성에 대한 욕망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급격하게 나타난다.’ 이 내용을 보면 남자의 성적 충동은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 최란>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이 성에 대해서 표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것 중에 하나가 마치 성폭력인 것처럼 오인될 수도 있고요. 또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이런 내용을 성교육이라고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런 우려까지도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제 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인데, 이 내용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자료가 배포된 게 올 3월인데. 2년 넘는 기간 동안 6억원가량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이 표준안 마련에 참여는 안 하신 거예요?
◆ 최란> 네, 저희는 참여하지 않았고요. 사실 이 표준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도 저희는 몰랐어요. 2년 동안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과 관련해서 어떠한 연락을 받거나 자문이나 의견을 요청한 바는 없으셨거든요. 저희 자료가 인용된 것도 이번에 이 자료가 공개된 이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 박재홍> 관련 시민단체와 협의하면서 만들었으면 이런 논란이 더 적었을 텐데요. 그리고 표준안 내용을 보면 성교육 중에 특정 단어를 쓰게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어떤 단어입니까?
◆ 최란> 동성애나 야동, 자위행위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요. 자위행위는 ‘성욕구해소’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야동 같은 경우 초등학교는 ‘사진 속 음란물’, 중학생은 ‘영상 속 음란물’, 고학년은 ‘인터넷 속 음란물’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야동'은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쓰는 표현 중에 하나거든요. 그래서 사실상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느끼거나 알고 있는 단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더 교육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게 보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청소년의 현실 반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런 지적도 가능하겠네요?
◆ 최란> 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요. 현재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교육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자기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우려도 상당히 많이 들고 있습니다.
◇ 박재홍> 저도 학창시절 생각해 보면 선생님들 교육이 너무 좀 뒤떨어져서 오히려 학생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얘기를 학생들끼리 했었습니다마는. 그런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현실에 가까운 단어를 쓰는 게 교육상으로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 최란> 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교육은 해야 되기 때문에, 단어 선택을 돌려서 표현한 부분이 교육적으로는 옳은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최란> 아이들이 성에 대해서 오히려 더 많이 알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저희가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모르고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더 효과적인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은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거죠. 잘못 알고 있는 걸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필요한 거지. 아이들이 알고 있는데 그것을 안 알려주는 게 옳은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표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도록. 그래서 어떤 폭력 피해나 아니면 성과 관련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지금은 필요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박재홍> 네,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란>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최란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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