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포스코 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정준양 전 회장이 3일 소환된 가운데 검찰이 그룹 차원의 비호 의혹을 제기하며 현 경영진을 상대로 작심발언을 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된 6개월 동안 현 경영진이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의 핵심적인 비리들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입단속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가 정준양 회장에 대해서 좋게 말하면 '보호'이고, 저희들 입장에서 보면 '비호'하고 있다"며 "여기서(검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조사받고, 어떤 진술을 했는지를 포스코 측에서 다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티엠테크처럼 은밀히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 거의 몇 개월이 지나서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를 최초로 접하게 됐다"며 "거기(티엠테크)뿐 아니라 그와 같은 일들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는 극소수가 그런 얘기들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또한 "포스코의 현 집행부가 과거와 절연하고 싶었으면 티엠테크 같은 일들을 지금 거의 6개월쯤 수사가 다 돼 가는 수준에서 체크할 수 있다는 게 (정황상) 안 맞는 것 아니냐. 과거와 절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고 권오준 회장 체제의 현 집행부를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검찰이 이같이 작심발언을 한 것은 최근 티엠테크 관련 첩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현 경영진의 과거 집행부 비리 감싸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말 설립된 티엠테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측근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졌으며, 검찰이 지난달 내부 임원의 제보를 받아 1일 압수수색했다.
티엠테크는 설립되지마자 포스코 계열사와 거래하던 다른 회사의 물량을 가져와 납품을 맡았으며, 연간 170~18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스코 계열사에서만 100% 매출이 발생하는 만큼 정 전 회장 등 경영진이 특혜를 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티엠테크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이 전 의원 측에 흘러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검찰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전 정권 실세가 관여된 티엠테크 관련 의혹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은 데에는 현 경영진의 조직적인 비호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수사가 6개월째 지속되면서 그룹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에둘러 항변했다.
검찰 관계자는 "막연히 시간만 지연시키는 것이면 비판받아도 마땅하지만 할 일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간에 대해 부담은 갖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계속하지는 못하겠지만 만약에 계속 비슷한 (비리) 사례들이 확인되면 언론에도 취재하고 포스코 내부에서 스스로 감사를 해서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NEWS:right}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이날 처음으로 소환된 정준영 전 회장을 상대로 성진지오텍을 비싸게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동양종합건설에 해외 사업을 몰아줘 특혜를 줬다는 의혹 등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상대로 포스코 계열사가 티엠테크에 일감을 준 배경과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인 뒤 다음주 초에 정 전 회장을 재소환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