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해선 안되는 비오톱1등급, 생태환경지구였는데
- 업체 요구로 비오톱등급 재심사한후 개발시작
- 공사로 인한 안전문제 심각, 급경사에 낙석위험 커
- 절차 정당? 시교육감이 승인 안하면 개발 불가능
- 교육감 최종 승인도 없이 왜 공사를 시작하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9월 10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영하 (소설가)
공사장현장사진 (사진=김영하 페이스북 계정)
◇ 정관용>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궁동산, 일명 개나리언덕이라고 불린다는데요. 이곳이 지금 난개발 의혹이 제기돼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계신 분이 여러분 좋아하시는 소설가 김영하 씨예요. 오늘 전화해 모셔보죠. 김영하 씨 나와 계시죠?
◆ 김영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금 개나리언덕 바로 밑에 사시나 봐요?
◆ 김영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언제부터 거기 사셨어요?
◆ 김영하> 저는 7월 30일에 이사를 왔는데요. 조용한 곳에서 글 좀 써보려고 했다가 완전히 공사판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게 개나리언덕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떤 곳이죠? 간단히 좀 소개를 해 주시면?
◆ 김영하> 여기는 궁동산의 자락이고요. 그래서 그 옆에는 해병대의 104고지, 서울 수복 기념하는 그런 유적이 있고 연희동에 위치한 언덕입니다. 개나리가 많이 핀다고 해서 개나리언덕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여기 주민들이 원래 오랫동안 70년 가까이 여기를 공원으로 숲으로 생각하고 살아왔었는데 갑자기 개발이 시작된 거죠.
◇ 정관용> 공원부지였었던 것 아니에요, 그러면?
◆ 김영하> 옛날에는 그랬던 것 같고요. 최근에는 그렇지 않았고 이게 사유지입니다. 그렇지만 비오톱으로 묶여있었기 때문에 개발이 불가능했던 땅이죠.
◇ 정관용> 비오톱이 뭐예요?
◆ 김영하> 비오톱이라고 하는 것은 개발을 할 수 없는 생물군집 서식공간이라고 그래서 여기에는 생태환경지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식생이라든가 아니면 동식물들 잘 자라는 그런 곳을 비오톱으로 지정해서 거기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죠.
◇ 정관용> 그린벨트보다도 더 보호대상인 것이네요? 그렇죠?
◆ 김영하> 네, 그런 말도 있습니다.
◇ 정관용> 사유지이지만 그런 구역으로 분류가 돼 왔었던 곳이다, 이 말이군요.
◆ 김영하> 네, 그렇기 때문에 지가도 싸고 그랬던 것이죠.
◇ 정관용> 또 주민들은 공원처럼 이용했던 것이고.
◆ 김영하> 이쪽으로 해서 산책로가 궁동산으로 이어져서 이게 안산 자락길이라고 연세대학교 뒷산 있지 않습니까? 서대문구에 유명한. 그쪽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라서 이것은 중요한 녹지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개발허가가 어떻게 내려졌죠? 생태환경지구라면 허가가 안 날 텐데?
◆ 김영하> 이게 저도 잘 모르다가 갑자기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됐는데요. 이게 일단 비오톱이 1등급이면 개발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오톱 등급을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업체는 한 10여 년 전에 이 땅을 산 후에 계속해서 비오톱 등급을 다시 심사해 달라, 이렇게 아마 요청을 한 것 같고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등급이 떨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토지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원래 집을 지으려면 진입로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진입로가 적정하게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그 진입로가 없었던 땅입니다.
◇ 정관용> 맹지죠, 그러니까.
◆ 김영하> 네, 완전히 맹지는 아니고 사실상의 맹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옆에 바로 붙어 있습니다. 공사현장 바로 옆에 서현중학교라는 중학교가 붙어 있는데 이 중학교의 땅 네 평 하고 진입로 부분 바꾸기로 합니다. 그래서 진입로가 생긴 것이죠. 학교 땅 네 평을 교환함으로써 이 큰 개발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 정관용> 두 가지를 만들어낸 것이네요. 비오톱 등급을 낮춰서 개발허가 가능하게 했고, 그렇죠?
◆ 김영하> 네.
◇ 정관용> 진입로를 학교 땅으로 어쨌든 맞바꾸었든 샀든 간에 확보를 한 거네요.
◆ 김영하> 네. 업체가 적극적으로 비오톱 등급을 일부러 낮추었다, 이건 사실 확인할 수는 없고요. 그냥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이루어진 일인데 구의회 회의록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태풍 곤파스라든가 이런 게 왔을 때 나무가 많이 쓰러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동네주민들이 태풍 때문에 나무가 쓰러졌으니까 심어 달라, 다시. 구청에서 식재를 했습니다, 몇 백 그루를.
◇ 정관용> 나무를 심었어요?
◆ 김영하> 네, 심었습니다. 그런데 토지주가 ‘왜 남의 사유지에 나무를 심느냐? 다시 캐가라’ 해서 구청에서 다시 캐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분들이 비오톱을 적극적으로 등급을 낮췄다기보다는 이게 숲이 되고 울창해지고 이런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은 명백하게 여러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한 10여 년 전에 이 땅을 개발업자가 샀다고 그러셨죠?
◆ 김영하> 그렇다고 들었는데요.
◇ 정관용> 그 이전에 이 땅의 원래 소유주는 또 여러 개인이었던 모양이죠?
◆ 김영하> 네, 한 개인이 오래 소유하셨던 것 같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저희도 자료를 보니까 처음에는 이걸 개발하려고 서대문구 도시계획심사위원회에 냈다가 거기에서 부결되니까 서울시 행정심판까지 거쳐서 허가를 받아서 지금 정식공사를 하고 있다, 이것 아니겠습니까?
◆ 김영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공사에 따른 불편이 어느 정도입니까? 옆에 학교도 바로 붙어 있다고요?
◆ 김영하> 불편보다도 안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요. 이게 지금 급경사로 땅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건물을 앉혀야 되니까요. 완경사였지만 급경사로 만들어놓았고 학교로 토사가 유실된다거나 아니면 낙석 위험이라든가 이런 것도 크고. 또 특히 중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시끄러워합니다. 시끄러워하고 먼지도 발생하고 그런 문제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이 가장 우려되는 바고 그런 면에서 교육청은 도대체 이렇게 몇 년 동안 공사가 예상되는데 4평의 땅을 교환해 줌으로써 이런 공사가 가능하게 해 주었는지 굉장히 저는 불만이고요. 안타깝습니다.
◇ 정관용> 거기다가 개발업자는 뭘 지어서 팔겠다는 것이죠?
◆ 김영하> 아, 여기에는 연립주택, 그러니까 빌라를 짓겠다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김영하 씨의 말씀은 쭉 들어보면 법률상으로는 어쨌든 밟을 절차들은 다 밟아서 하자 없이 해 놨네요. 그렇죠?
◆ 김영하> 네, 구청이나 이런 데선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뭐가 문제냐면요, 교육청에서 땅을 완전히 바꿔주는 게 아닙니다. 이 땅을 바꿔줄 수도 있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조건에는 교육감의 승인이 필수다. 승인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도만 해서 구청에 보냈는데 구청에서 이 정도면 허가할 만 하다 해서 허가를 낸 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교육감님이 나중에 서울시 교육감이 나중에 나는 승인한 적이 없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은 다시 말하자면 진입로가 없는 땅이 되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그럼 개발을 못하는 거죠.
◆ 김영하> 개발을 못하는 것인데 이미 많은 분들이 사진으로 보셨겠지만 1500평에 달하는 이 숲이 이미 사라진 뒤거든요. 이건 정말 안타깝고. 개발이 안 되는 땅이었는데 이 두 기관 간의 무책임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 때문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숲이 입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교육청, 교육감 승인까지 받아서 진입로 확보가 최종적으로 끝난 후에 시작했어야 할 공사를 이미 시작해버렸다?
◆ 김영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교육청에서 불허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게 돼 버렸다, 이 얘기군요.
◆ 김영하> 네. 이미 숲은 파괴된 것이죠. 물론 개발은 멈출 수 있게 되겠습니다마는 그 나무들은 다 베어졌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나무가 저희 집 마당에 있던 살구나무인데, 며칠 전에 그것도 굴착기가 들어와서 뽑아버렸고요. 현재 식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죠.
◇ 정관용>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김영하 씨 지금 이웃주민들하고 같이 산책도 하시고 책 읽는 모임도 하시고 거기 기사를 보니까 황석영 선생도 같이 가시고 많은 분들이 관심은 보이고 계신데. 그래서 뭘 요구하고 계신 겁니까?
◆ 김영하> 이게 사실은, 저는 개나리언덕살리기협의회의 가장 신입회원인 셈이고요. 몇 달 동안 계속 주민들이 자료를 모으고 투쟁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들한테 제가 배우는 입장이고 자료라든가 다 그분들한테 받는 입장인데. 주민들의 생각은 그것이죠. 몇 십 년 동안 봐왔던 숲이 다시 회복되는 것. 특히 이런 약간 석연치 않은 허가과정을 통해서 이런 게 나왔기 때문에 이것들을 우리 시민사회와 그다음에 여러 관청들이 다 힘을 합쳐서 이것을 다시 되돌려서 다시 옛날에 사람들이 산책하던 아름다운 숲으로 되돌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게 또 다른 비오톱에 대한 개발에도 어떤 경종을 울리는 그런 사례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허가과정부터 좀 되짚어볼 것들이 많이 생기고 있군요. 그렇죠?
◆ 김영하> 네, 그런데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저희도 관심 갖고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영하> 고맙습니다.
◇ 정관용> 소설가 김영하 씨의 목소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