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가칭) 조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청년시민단체나 학계, 기업 등에서는 "대통령이라면 제도적 방안을 내놔야지 월급을 기부하라는 식으로 나온다"며 청년실업 대책을 70년대 새마을운동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께서 노블리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일시금으로 2천만원을 펀드 조성을 위한 재원으로 기부하고, 이후에는 본인 월급의 20%를 펀드에 납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공공기관장들의 월급 기부가 차례로 이뤄지고 대기업 등 기업들의 청년희망펀드를 위한 기부금의 대대적 모금운동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조성은 구체적 용도나 세부실행 계획 없이 박 대통령의 즉흥적인 제안에 따라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앞으로 민간기업의 준조세 시비는 물론이고 펀드 조성이 과연 청년실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펀드 조성이 갑작스럽게 시작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청년희망펀드 조성에 대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김광현 경영학과 교수는 "펀드 하나로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않겠지만 단초가 돼서 다양한 사회적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가 졸속으로 추진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펀드 조성의 강제성은 차치하고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펀드를 조성한다면 펀드의 용도가 먼저 세워지고 그에 따른 재원의 규모가 정해져야 하는데 너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지도층이 솔선수범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밑그림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년희망펀드 조성이 '불우이웃돕기'인가?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노동 개악을 밀어붙이면서 (대통령이) 희망펀드를 내놓았는데 기만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대통령이라면 2천만원 내놓겠다고 '호의'를 베풀 것이 아니라 제도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 대통령이랑 국무위원들이 부담해서 청년 일자리 재원을 마련한다는 발상이 우습다"고 개탄했다.
또 "근본적으로 대기업이 사내에 축적한 유보금을 내놓고 노조는 물론 정부가 매칭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조성한다면 모르겠지만 월급 기부방식은 '정치적 쇼'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신대 노중기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대처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증세를 통해 국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지 그걸 빠져나가기 위해 월급으로 희망펀드를 만든다고 하니 마치 '불우이웃 돕기'같다"고 꼬집었다.
◇大기업들 靑 눈치 보며 "얼마를 내놔야 하는 건지…"
대기업들은 청와대의 청년희망펀드 조성에 대해 표면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표시했지만 난감한 반응도 감추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월급의 20%인 2천만원을 내놓는다면 기업들은 최소 '2천만원×100'은 내놔야 하지 않겠냐"며 "무언의 압력이 굉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NEWS:right}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와 총리실의 설명으로 보면 아직 큰 그림을 잡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부가 나서는데 우리가 역할은 안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청년 채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특정 기업이 먼저 기부금 규모를 밝히면 뒤따라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