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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추석 연휴 발 묶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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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추석 연휴 발 묶인 청년들

    서울광장에 모인 청년들, '도심 속 캠핑' 즐기기도

    25일 귀성길 모습. 이번 추석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 (사진=윤성호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신민주(22·여)씨는 이번 추석 연휴 귀성길에 오르지 못했다.

    더는 지인들에게 생활비를 빌릴 면목이 없다는 생각에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근무 일정을 조정하지 못해 연휴에도 꼬박 편의점을 지킨다.

    신씨는 "명절 때 근무를 빼달라고 말했다간 영영 못 나가게 될 것 같았다"며 "'교육 기간'이라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번 연휴는 특히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인천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지원(24·여) 씨는 평소 일하던 입시 논술학원에 연휴 기간 꼭 본인이 근무하고 싶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취업을 하지 못해 대학 졸업까지 미룬 그에게는 고향에서 마주하게 될 친척들의 쓴소리가 학생들의 논술 시험지를 첨삭하는 일보다 견디기 힘들기 때문.

    이씨는 "얼마 전 사촌 언니는 판사가 됐고, 사촌 오빠는 로스쿨에 들어갔다"며 "고모가 아버지 앞에서 잔소리하시면 괜히 아버지가 저를 잘못 키운 것 같이 비춰져 자리에 있기 힘들 정도로 아버지께 죄송스럽다"라고 털어놨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차민구(22)씨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이번 연휴에 서울에 머무르게 됐다.

    울산이 고향인 그에게는 고향에 내려갈 교통비도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울산까지 왕복하기 위해선 10여만원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자금 사정으로는 용돈으로 당장 생활비를 메우기조차 쉽지 않다.

    차씨는 "추석엔 당연히 고향에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안 그래도 요즘 1년에 2~3번밖에 집에 못 가고 있었기에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청년들은 이처럼 이번 명절에 귀성길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은 신씨나 이씨와 같이 올 추석 명절을 아르바이트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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