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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공동체 사회 무너졌나…"모두가 외롭고 불안하다"

사회 일반

    韓 공동체 사회 무너졌나…"모두가 외롭고 불안하다"

    • 2015-10-19 07:06

     

    물질적으로 성장했지만 구성원들은 일에 치이고 공동체나 가족으로부터 고립돼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사회.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모습은 경제 성장률 숫자와는 대조적이다.

    ◇ 경제 성장하는데 삶의 질은 하락

    한국은 금융위기 이래 경제지표상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경제 성장률이 2010년 6.5%에 이어 지난해까지 3% 안팎을 유지했다. 반면 OECD 회원국들은 2010년 3.0% 성장한 뒤에는 1%대에 그쳤다.

    그러나 성장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밝고 힘찬 기운과는 달리, OECD가 파악한 한국인은 정서적 삶의 질이나 행복감이 낮은 수준이다.

    개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OECD 34개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점수가 지난해 5.8점으로 이전 조사(6.0점) 보다 낮아지면서 순위도 4계단 하락했다.

    주관적인 답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점수가 하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지표다.

    올해 유엔 세계 행복의 날에 맞춰 갤럽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 118위를 기록했다. 2013년 94위에서 크게 내려간 것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 실시된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순위 하락이 가팔랐다.

    갤럽의 행복도 조사는 잘 쉬었다는 느낌, 미소 짓거나 크게 웃기, 기쁨, 존중받았다는 느낌, 재미있는 것 배우기 등 다섯 가지 경험을 했는지를 묻는 방식이었다.

    ◇ 가족·공동체 약화로 모두 외톨이 …믿을 사람이 없다 특히, 문제는 공동체가 약해지고 개인이 파편화된다는 점이다.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72%만 긍정적인 응답을 해서 꼴찌를 기록했다. 심지어 이 답변은 1년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내가 사는 게 바빠서 주변을 못 챙겼으니 남들도 나를 안 챙겨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과 삶의 균형' 지수 순위가 33위에 그칠 정도로 일하는 시간이 긴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일터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다 보니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OECD에서 가장 짧다. 한국의 부모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50분 미만이며 무엇보다 아버지가 함께 놀거나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쉬는 날에도 TV를 보거나 잠만 자는 삶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급속한 고령화 추이 속에서 노인들이나 저학력자들이 사회 관계망이 약하고 외톨이라고 느끼는 비율이 크게 높은 점은 성장의 그늘이 예상보다 훨씬 짙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려울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50세 이상에서는 60.9%로 떨어졌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자에서는 53.0%까지 추락하면서 OECD에서 학력에 따른 격차가 가장 컸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연구위원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신뢰가 깨지고 건전한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면서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들 일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여유가 없어지고 아파트에서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 정도로 각박해졌다"고 말했다.

    ◇ 삶의 만족도 높이는 경제정책 필요

    정해식 위원은 "삶이 만족스럽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답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너무 경쟁에 내몰렸고 힘들다는 뜻"이라면서 "경제 정책에서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일과 노동시간 균형과 공동체 회복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GDP 규모가 OECD에서 19위인데 삶의 질 관련 항목에서 순위가 크게 낮은 부분들은 보완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에서는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를 늦추면 아예 멈춰서는 것에 비유하며 성장을 강조하지만 주 5일제 도입 이후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났다"고 말했다.

    주 OECD대표부 주재관을 지낸 한국은행 김석원 차장은 OECD의 취지는 경제 성장률 지표 외에 삶의 질에도 관심을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 보고서 부제가 'GDP를 넘어서'였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차장은 "한국이 특히 낮은 일과 삶의 균형이나 삶의 만족도 등의 항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ECD는 오랜 시간 일하는 문화를 바꾸고 근무시간 유연성 확대, 성별 등에 관계없이 성과에 연동해 보상을 하면 일과 가족생활간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OECD는 또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빈부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OECD는 한국은 인구의 20%의 자산이 하위 20%에 비해 거의 6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최성근 연구위원도 "한국은 기업 대비 가계 소득 비율이 최하위권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난 숫자에 비해 개인이 체감하는 소득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의 주거 및 교육비 부담이 크고, 그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소비할 시간이 줄고 애들을 볼 시간도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산층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세 주택공급 확대와 저금리 보증금 지원 등으로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입시에서 몰입된 학력 중심 평가를 탈피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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