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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밥그릇…역사전쟁 뒤에 숨는 의원들



국회/정당

    버티는 밥그릇…역사전쟁 뒤에 숨는 의원들

    교과서 대치에 선거구획정안 논의 중단…획정 늦어질수록 현역 유리, 신인 불리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 (사진=청와대 제공)

     

    2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5자회동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국이 더 꼬여가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매개로 한 이념전쟁이 모든 사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한중 FTA 비준 등 주요 현안들에 제동이 걸렸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 문제도 그중 하나다.

    여야간 입장차로 선거구획정을 맡은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가 국회 제출시한인 10월 13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두손을 든 마당에 역사전쟁까지 들이닥치면서 획정안 마련은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간 3+3 회동은 청와대 5자회동 이후 무기한 연기됐고 선거구획정 논의 재개 시점도 오리무중이 됐다.

    ◇ 與, 지역구 '250석' 수정안 vs 野, 비례 감축 불가·의원정수 조정

    여야는 지난 13일 획정위의 획정안 국회 제출 무산 이후 획정위로부터 공을 넘겨받아 절충안 마련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당면 숙제인 농어촌 지역구 살리기를 위해 지역구 수를 현행 246석에서 13석 늘린 259석을 주장하다 인구 상·하한선 변경을 통해 250석의 수정 협상안을 야당에 제시하고 있다. 경북 2석을 빼고는 농어촌 감소분이 전혀 없는 259석 안만큼은 아니지만 농어촌 4곳을 구제할 수 있는 안이다.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동결한 상황에서 지역구 259석 안은 비례대표를 13석이나 줄여야 하는데 비례 감축 불가 입장인 야당이 수용할 리가 만무한 현실에서 비례 4석을 줄이는 것으로 협상의 여지를 좀더 넓힌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는 절대 줄일 수 없다며 지역구 수를 늘린다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의 의원정수 300명 유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어떻게 비벼볼 접점이 없는 것이다.

    ◇ 느긋한 의원들, 왜?

    (사진=자료사진)

     

    가뜩이나 힘든 협상이 역사전쟁과 맞물리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쯤되면 속이 탈만도 한데 내년 선거에서 직접 뛸 선수인 현역 의원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그리 애달아하지 않는 모습이다. 농어촌 지역 의원 등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과거 선거구획정에서 단 한 번도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여야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지난 15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5차례의 선거구획정에서 모두 여야간, 의원간 대립 끝에 선거를 한두달 남겨놓고 허겁지겁 선거구를 확정했다. 당연히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찢어 붙이는 게리맨더링은 필수였다.

    이번에는 이를 막기 위해 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로 빼내서 독립기구로 운영했지만 정치권 눈치보기 끝에 임무를 포기하고 말았다. 따라서 해를 넘겨서 총선이 가까워지면 여야 서로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졸속으로 선거구를 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 속타는 정치 신인

    더 큰 이유는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은 의정보고 등을 통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신인의 경우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선거일 120일 전(12월 15일)에는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다. 여야 대표가 이를 선거 6개월 전인 10월 13일로 앞당기는 데 합의했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좌초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만약 선거구가 예비후보 등록일까지도 확정되지 않는다면 정치 신인은 큰 혼란 속에 선거운동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상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현역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 여건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의원들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한 재선 의원은 "솔직히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더라도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으면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게임이 된다"면서 "여기에 선거구 확정까지 늦어진다면 조직이 약하고 인지도가 낮은 신인으로서는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만약 지난 선거에서 내 지역구가 변동이 예상되는 곳이었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선배 의원들이 선거가 다가오면 획정 문제는 다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 결국 의원정수?

    (사진=자료사진)

     

    정치권에서는 선거구획정 문제가 역사전쟁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여야가 시간을 끌다가 의원정수를 소폭 늘리는 것으로 타협을 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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