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신순규 (월스트리트의 한인 최초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볼 분은요. 국제공인재무분석사이자 미국 월가의 세계적인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하버드와 MIT 출신의 한인 애널리스트입니다. 뉴욕 월가 출신의 한인 애널리스트라는 사실만으로도 평범치 않은데, 이분이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9살 때 시각을 잃은 1급의 장애인이라면 훨씬 더 특별하게 다가오죠. 한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씨,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라는 자서전을 내고 고국에 잠깐 방문을 하셨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신순규 씨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신 선생님, 안녕하세요.
◆ 신순규>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뉴욕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계시다고 제가 소개는 했는데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 신순규> 간단히 얘기해서 앞날이 밝은 기업을 찾아서 투자를 하고 있고요. 증권을 사야 할 때 혹은 계속 소유하게 될 때, 팔아야 할 때,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분석해서 결정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제가 앞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시각장애인 1급이세요. 그럼 전혀 아무것도 볼 수 없으신건데... 그 많은 자료를 분석 한다는 게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신순규> 맞아요. 그래도 저희가 컴퓨터로 쓰는 ‘스크린 리더’라는 게 있어요. 그 스크린에 나타나는 정보를 음성으로, 점자로 나타내줘요. 다른 사람들은 눈으로 스크린을 보면서 정보를 습득한다면 저는 귀로, 음성으로 나타나는 정보를, 손으로 점자로 바꿔서 만져서 읽고, 듣고 습득하면서 일을 하는거죠.
◇ 김현정> 결국은 전부 외워야하고, 머릿속에 전부 내용을 입력해서 집어넣으셔야겠네요?
한인 최초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씨(사진=민음사 제공)
◆ 신순규> 그렇죠.(웃음) 그래도 증권 분석이란 건,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니까요.
◇ 김현정> 안 힘드세요? (웃음)
◆ 신순규> 재미있어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웃음) 진짜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그런 것이기 때문에, 매일 회사 가는 게 즐겁고요.
◇ 김현정> 굉장히 낙천적인 분이실 것 같아요.
◆ 신순규> 낙천적인 생각을 자꾸 하는 것도,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개발하듯이 그렇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참 멋있는 말이네요. ‘운동을 하면서 내가 안 쓰던 근육을 개발해내듯이 낙천적인 생각도 한다’
◆ 신순규> 네.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태어날 때부터 시각에 장애가 있었던 건 아니시더라고요.
◆ 신순규> 네. 어릴 때 녹내장과 더불어 망막박리가 왔어요. 망막이 떨어지면서... 수술을 해도 의사들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판정을 8살 때 받은 것 같고요.
◇ 김현정> 8살 때? 다른 일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이 거의 도전하지 않는 분야인 애널리스트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실것 같은데요.
◆ 신순규> 애널리스트는 일을 할 때 업적이 굉장히 객관적입니다. 내가 결정해서 사는 증권이 돈을 벌어다줬다, 이런 게 명백하잖아요.
◇ 김현정> 투자자들한테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면 그게 바로 성과가 되는 거니까요.
◆ 신순규> 그렇죠, 결과가 명백하니까요. 그래서 매력을 느꼈죠.
◇ 김현정> 그렇게 ‘애널리스트 도전해 보자.’ 결심을 했는데. 막상 회사에 입사하는 건 쉽지 않았다면서요?
◆ 신순규> 네.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아침에, 월요일에는 이 업체, 화요일에는 저 업체, 이력서 보내놓고 끝까지 귀찮게까지 했어요. (웃음)
◇ 김현정> 거절하면서 이유는 뭐라고 하면서 거절하던가요? 왜 안 된다고 하던가요?
◆ 신순규> 이걸 어떻게 다 흡수하고 분석을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만들고, 그런 일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 거냐도 문제였고 또 어떻게 빨리 할 거냐도 문제였어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풀었냐, 그렇다면 ‘인턴부터 시작하자’ 싶었어요.
◇ 김현정> 바닥에서부터?
◆ 신순규> 네. 그래서, ‘인턴으로 저를 써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그러면 다시 제가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회사에 얘기를 해서 인턴사원으로 고용해 줘서 처음에 뽑히게 된 거죠.
◇ 김현정> 대단하세요. 한국 나이로 49살이시죠. 어렵게 꿈을 이루고, 그 과정 속에서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낳고... 지금까지의 삶을 쭉 돌아보면 제일 아름다웠던 순간, 언제가 떠오르세요?
◆ 신순규> 제가 15살에 미국에 왔을 때 저를 도와주시던 가족이 있었어요. 그 가족이 저를 아들로 받아줬었거든요. 저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보육원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아이를 보육원에서 데리고 와서, 작년 4월부터 키우고 있는데요. 그 아이와 고생하면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처음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한 6개월 전부터는, 하나의 가족, 또 제 아내와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엄마와 딸 관계가 됐고, 지금은 완전히 둘 다 진짜 없으면 못 살아아요. (웃음) 제가 살면서 보고 느끼건 중에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한인 최초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씨(사진=민음사 제공)
◇ 김현정> 그렇군요. 시각이 정상인 어떤 사람보다 성공적인 삶을 사신 것 같아요, 신순규 씨.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가 눈을 떠서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십니까?
◆ 신순규> 가끔 하죠.
◇ 김현정> 언제요?
◆ 신순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저희 아들이 지금 만 10살이거든요. 저희가 불임 커플이어서 결혼한 지 9년 만에 아이가 태어났는데요. 그 아이를 안고 재울 때, ‘이 아이를 보고싶다. 이 아이를 보고 싶다.’
◇ 김현정> 아이 얼굴을 하루 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 신순규> 그렇죠. 잠깐이라도.
◇ 김현정> 우리 아들 데이빗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아주 멋있고 아빠를 똑 닮았을 거다라는 마음으로는 보시죠?
◆ 신순규> 아빠를 꼭 닮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웃음)
◇ 김현정> 잘 생기셨던데요, 신순규 씨. (웃음)
◆ 신순규> 더 잘생겨야죠.
◇ 김현정> (웃음) 참 유쾌한 분입니다. 이번에 책을 내셨죠. 제목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눈 감으면 비로소 뭐가 보입니까, 어떤 게 보여요?
◆ 신순규> 나한테 지금 실망한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와이프가 아니라, 내가 첫사랑 고백을 했을 때 반짝였던 그 사람의 눈빛이라든지.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아이가 아니라 처음 태어났을 때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던 아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을 감았을 때.
◇ 김현정> 힘들 때, ‘눈 한 번 감아보세요.’ 이거네요. (웃음)
◆ 신순규> (웃음) 그렇죠.
◇ 김현정> 그렇지 않아도 요즘 주변에서 ‘힘들다, 힘들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에게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으시다면요?
◆ 신순규> 차를 놓쳤다면 차는 다시 오고요. 어떤 일 때문에 끝났다는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내가 진짜 원했던 그 무엇보다, 더 좋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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