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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위헌'이라더니‥野 국정화 투쟁 발목잡은 선진화법

국회/정당

    與 '위헌'이라더니‥野 국정화 투쟁 발목잡은 선진화법

    선진화법 따라 예산안 12월 2일 자동부의, 野 투쟁동력 상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국회선진화법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에서 야당의 투쟁동력을 무력화시키는 위력을 발휘해 새누리당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법정시한인 12월 2일에는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도록 돼 있어 예산안 연계 등 야당이 국정화 저지 투쟁에 활용할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국회선진화법이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투쟁도구로 전락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묻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소속 의원 152명의 서명을 담아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7월 1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망국법', '소수독재법'이라는 비난을 듣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회선진화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강하게 반발하며 국회 의사일정이 전면 중단되는 등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野 울며 겨자먹기식 복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오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 이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한 규탄대회'를 가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법정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된다.

    정부 원안을 최대한 고수하려는 입장을 가진 여당으로서는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정부의 선심성 예산을 깍고 자신들이 요구하는 예산을 반영시켜야 한다. 동시에 개별 의원들 입장에서는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따내야 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화를 이유로 장기간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에 손도 댈 수 없게 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보이콧을 철회했다.

    여기에 국회선진화법의 역설이 발생한다. 새누리당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 안에 가능하게 된 것.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최창렬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원천적으로 예산안을 가지고 야당이 여당에 무엇을 요구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예산안을 투쟁수단으로 삼을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여당이 선진화법 때문에 식물국회가 됐다고 하는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지금은 야당이 할 수 있는게 없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與 선진화법 위헌주장은 자기편의적 발상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전 여야간 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폭력사태까지 빚어지는가 하면 해를 넘겨서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정부의 예산집행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모든 정치 이슈를 삼킨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 속에서도 예산안 처리가 가능해져 새누리당을 비롯해 여권 전체가 여유를 가지게 됐다.

    실제로 야당이 의사일정 보이콧을 비롯해 장외투쟁까지 검토하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당에 지역구 예산 줄게 많은데 마음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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