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오른쪽부터)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기자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넘긴 3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했다.
여야는 막판 협상을 통해 올해 예산안을 정부안보다 약 3천억원 순삭감한 386조 3997억원으로 정했다.
우선 쟁점이 됐던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예비비로 3천억원을 편성해 학교시설 개선과 누리과정 지방채 이자 지원 등에 우회 지원을 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대통령 관심 사업'으로 불리던 나라사랑 정신 계승·발전 예산이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삭감됐고, 국가정보원 정보활동 예산도 3억원 감액됐다. 논란이 됐던 국회의원 수당은 2781억원 중 9억원이 삭감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은 모두 정부원안이 유지됐다.
또 보육료를 1442억원 증액했고, 보육교사 처우 개선비 월 3만원 인상 등 보육예산을 18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여야가 지도부 마라톤 회동 끝에 합의한 쟁점법안 5개(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모자보건법·대리점거래공정화법·전공의의 수련환경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다가 2일을 넘어 3일로 넘어가서야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우선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관광숙박 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학교 정화구역 안에 관광 숙박시설 설치가 가능해진다.
여야는 이 법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우선 시범 실시하고 5년동안 한시 시행한다는 단서조항을 달면서 겨우 합의를 이뤘다.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공정화법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본사의 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 관행이나 비용 떠넘기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가 금지되고 대리점 거래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된다.
여당이 밀어붙였던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이름을 바꿔 통과됐다.
정부는 최대 15조원 가량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 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고 의료기관의 해외진출로 인해 국내 의료체계의 공동화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은 셈이다.
야당의 대표적인 민생법안 중 하나인 모자보건법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들도 산후조리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날 통과한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들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하고 교육목적에 한해 8시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법안 5개를 2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해당 상임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발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문제제기로 계속 미뤄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안만 2일 처리하고 쟁점법안을 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이 반발하며 직권상정을 요구하자 결국 정 의장도 입장을 바꿔 2일 저녁 9시로 심사기간을 정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해당 법안 처리에 대한 소속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밟았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 합의 내용에 반발하면서 추인이 계속 지연돼, 결국 자정이 가까워서야 추인을 받았다.
결국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법안 5개는 2일 자정을 넘겨 본회의 차수를 변경한 뒤, 3일 새벽 법정시한을 넘겨 처리됐다.
한편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15개의 예산부수법안도 처리했다.
부수법안에서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가입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2년 유예기간을 두고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년 뒤인 2018년 1월 1일부터는 종교인들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