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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과 결합된 협동조합"…伊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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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정신과 결합된 협동조합"…伊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조합

    전남CBS 기획특집⑥<허울뿐인 농공단지, 특성화가 활로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을 시행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많은 농공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애물단지가 전락했다.

    전남CBS는 농공단지 출범 30년을 맞아 국내 농공단지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농공단지가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다시 활력을 찾는 방안은 없는지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해외의 모범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공단지를 효자단지로 만들 수 있을지 그 해법을 10회에 걸쳐 찾아본다.[편집자주]

    오늘은 6번째 순서로 장인정신과 결합한 조합 운영으로 세계 최고의 치즈를 만드는 이탈리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 치즈 조합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생산자 조합 마크(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주도 볼로냐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수도라 불린다.

    에밀리아 로마냐 총생산의 30%를 볼로냐가 차지하는데, 이곳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업 50개 가운데 15개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에밀리아로마냐 주 시민들의 생활 방식 그 자체다.

    소비자협동조합부터 농업과 건설, 금융, 주택, 노숙자 자활까지 협동조합으로 꾸려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볼로냐 시민의 2/3가 1 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생산 모습(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이탈리아 식품협동조합의 태동,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 치즈 조합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파르마와 레지오 에밀리아 지역에서 12세기부터 생산된 이탈리아의 가장 대표적인 치즈다.

    화학첨가제를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우유와 소금만으로 치즈를 최소 1년 이상 숙성하고 보관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조합 시모네 피카렐리 국제협력 수석은 "우리 조합의 치즈 생산 방식은 중세시대인 12세기부터 시작됐다. 우리 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1934년으로 식품 관련 협동조합에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됐다. 이후 국내외 많은 농식품 협동조합들이 우리의 시스템과 제품을 모방해 조합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1934년 7월 27일 이 치즈 생산자들이 자발적인 지역간 조합을 설립한다. 1938년 5월 17일 이탈리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라나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라는 명칭을 인정한다.

    하지만, 1951년 국제 회의를 통해 비로소 치즈의 원산지 명칭(Denomination of origin)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1954년 4월 10일 관련법은 자발적 생산자 조합들에 생산과 판매를 감독하는 업무를 위임했다. 1955년 10월 30일 법령은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의 공식적 표준을 제시한다.

    1964년에는 조합의 가장 중요한 규정 중 하나가 시행되는데, 그것은 원산지 마크인 ‘파르미자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라는 글씨가 치즈 옆면에 점자 모양으로 찍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치즈 원통 표면에 찍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임을 알리는 점자 마크(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치즈생산농가들은 젖소의 여물부터 우유를 담는 항아리와 치즈를 두드리는 망치, 숙성방법과 기간 등 모든 시설과 기술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렇게 생산된 둥근 북 모양의 치즈 옆면 둘레에는 ‘Parmigiano Reggiano’라는 글씨가 새겨지고, QR 코드와 함께 생산 일자, EU가 인정하는 원산지 표시(DOP)가 찍힌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조합 이지노 모리니 홍보담당은 "이처럼 생산된 치즈는 우선 1년 간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이후 전문검사관이 망치로 치즈 주변을 두드려보는데, 치즈통 전체의 소리가 일정해야 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한 치즈는 1년 더 숙성한다.
    그러나 소리가 일정치 않은 것은 치즈통 안에 기포가 있다는 뜻인데, 이처럼 손상된 것은 과감하게 치즈 측면에 새겨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마크를 줄로 밀어버린다. 이런 치즈는 저가용 치즈로 다른 업체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치즈는 공식 인증 인장이 찍히며, 1~4년까지 숙성 기간에 따라 1kg당 적어도 50€ 안팎으로 판매된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염장 현장(사진=전남CBS 정정섭 아나운서)

     


    ◆ 조합의 임무는 원산지 보호와 마케팅

    이 조합에는 350여 개 치즈 낙농가들이 소속돼 있고, 치즈 한 덩어리당 6€씩으로 계산해 조합비를 낸다. 연간 3백만 개 정도의 치즈가 생산되면서 조합은 연간 천 3백만€를 조합비로 확보한다.

    조합 농가들은 30명의 이사를 선출해 4년간 일할 이사진을 구성하고, 이사진은 또 이사장을 선출한다.

    조합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치즈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브랜드의 치즈임을 인증하고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홍보마케팅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모네 피카렐리 수석은 "조합은 유사 상품으로부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브랜드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TV광고를 하거나 국내외 박람회 등에 참여해 우리 브랜드를 알리고 농가들의 판로를 확대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우리 치즈를 수입하겠다는 업체가 있다면 우리는 우리 치즈 생산농가의 명단을 전함으로서 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

    이 조합은 12세기부터 내려온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따라서 모든 기술과 장비들을 전통방식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장인정신을 모든 조합원들이 갖고 있다.


    망치로 치즈원통을 두드리며 치즈 품질 검사를 시현하는 이지노 모리니 홍보수석(사진 전남CBS 박형주 기자)

     

    치즈 생산자들은 치즈를 두드리는 망치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만든 전통을 이어가려면 망치도 할아버지 시대의 기술로 생산된 망치를 써야 한다는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비는 9백년 전부터 제작해오던 바로 그 업체의 것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들여온 항아리를 사용한다면 진정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아니라 여긴다.

    이런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에만이 100%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명품치즈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인정신이 녹아있는 협동조합을 에밀리아로마냐의 산업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별기업들이 각 산업별로 집적화를 이루면서 이 지역에는 우리의 농공단지와 같은 산업지구가 곳곳에 형성돼 있다.

    이런 특성이 지역 특산물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고 주변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일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시모네 피카렐리 수석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고유의 상품인데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 예를 들어 '피아뜨'라는 자동차는 이탈리아 브랜드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파르미지아노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므로 이태리 인력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를 함께 극복한 조합
    시모네 피카렐리 국제협력수석(사진=전남CBS 정정섭 아나운서)

     



    지난 2012년 5월 에밀리아 로마냐 모데나 지역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500년대 이후 최대 규모로 발생한 이 지진으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저장시설들이 파괴되면서 숙성 중이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의 20% 가량이 훼손됐다.

    그러나 이때 이 조합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큰 힘을 발휘한다. 피해를 보지 않은 농가가 피해를 본 농가를 위해 수익의 일부를 희생한 것이다.

    시모네 피카렐리 수석은 "당시 우리 치즈에는 '개당 1유로는 지진 피해를 본 동료 조합 농가들을 위해 쓴다'는 라벨이 붙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백만€ 상당이 이런 방식으로 모아졌고, 피해 농가들이 빠르게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들의 이같은 사례는 어떻게 보면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경쟁상대로 볼 수도 있지만, 조합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협력하면서 상생하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조합은 대부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조합과 같이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고집하면서 주변 관련 산업들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인식은 농가들이 대를 이어 농촌에 지속적으로 머물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농촌 이농현상과 고령화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숙성현장(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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