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국가를 상대로 토지 관련 소송을 내 승소했다는 이유로 수사 기관에 강제 연행돼 사기죄 누명을 쓴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임태혁 부장판사는 이모 씨의 유족이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 피해를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씨의 아버지는 1950년 공포된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의 토지 1천107㎡(335평)를 농지로 분배받았다.
이 씨의 아버지가 1963년 숨진 뒤 이 씨의 형은 국가를 상대로 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내 승소했다. 판결은 1966년 확정됐다.
이 씨는 4년 뒤인 1970년 7월 이 소송과 관련해 서울지방검찰청 수사관에게 임의동행 형식으로 강제연행돼 사기 및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영장은 법원에서 처음에 기각됐으나 검사는 이 씨를 석방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 발부받았다.
이 씨는 강제연행되고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48시간 넘게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사기관은 토지에 관한 권리 포기를 강요하며 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다.
이 씨는 형과 공모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사기로 토지를 가로챘다는 취지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가는 유죄 판결을 근거로 이 씨가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의 재심을 청구해 문제의 땅을 빼앗았다. 이 씨는 사기죄 누명을 벗지 못한 채 1998년 숨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7월 "국가가 이 씨를 형사 처벌하고 민사 소송 재심을 청구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진실 규명 결정을 했다.
이 씨의 아들은 2011년 이 형사 사건의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형사보상을 청구해 형사보상금 2천800만원이 유족에게 지급됐다.
유족은 이 씨의 불법 연행, 불법 구금, 구타, 가혹행위, 장기간 재판 등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검찰 수사관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강제 연행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자료로 이 씨에게 5천만원, 아내에게 700만원, 자녀 세 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주라고 판결했다.
다만 형사보상금으로 이미 지급된 액수가 공제돼 실제 배상액은 3천500만원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