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북한의 6일 수소탄 핵실험은 미·중간 동아시아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등 미묘한 시점에 터져 나와 예측불가의 폭발력을 갖게 됐다.
수소폭탄이 아닐 가능성이 거론되긴 하지만 4차 핵실험 자체는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제재가 예상된다.
유엔 안보리는 6일 오전(현지 시간)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긴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며, 유엔은 이미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시 자동적 제재 부과를 예고해둔 상태다.
북한의 이번 핵 도발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며 시점 상으로도 좋지 않다.
이전에는 미국과 중국에 형식적이나마 사전통보 절차를 거쳤지만 이번엔 그조차 생략한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불과 닷새 전 발표한 신년사만 봐도 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지난해 남북고위급접촉 합의정신을 거론하며 대화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런 연막작전 속에 기습 감행된 도발이기에 국제사회의 우려와 분노는 지난 세 차례의 도발과는 또 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는 최근 모란봉 공연단 철수 파동을 겪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류윈산 당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관계가 개선되는 와중이었다.
북중관계가 다시 급랭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고강도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번 핵 도발은 한미일 군사공조를 급진전시키고 이는 다시 중국을 자극하는 연쇄반응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
한일 위안부협상 타결에 따른 후폭풍은 핵실험 한 방에 이미 미풍으로 사그러들고 있다.
소녀상 문제 등과 관련해 '굴욕외교'를 외치던 반대진영의 목소리는 안보 논리에 밀려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드(THAAD) 배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중국의 입장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론이 현실화되면 한국 외교는 다시 시험에 들며 미·중간에 줄타기 곡예를 요구받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다시 '중국 경사론'을 지렛대 삼아 위안부협상 후속조치 등의 한일관계에서 이득을 최대화하려 할 게 뻔하다.
물론 남북관계는 다시 긴 겨울잠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총선과 북한의 7차 당대회 등으로 대화 분위기가 전망됐었는데 이번 핵실험으로 구도 자체가 헝클어졌다"면서 "상반기까지는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핵 카드를 꺼낸 이유는 3년 주기 핵실험 사이클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3년째인 올해 4차 실험을 하려 했다가 지난해 8.25합의와 북중관계 진전 등으로 잠시 유예했을 뿐, 지난달 당국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남측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원래 계획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함으로써 미국을 상대로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