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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장쾌한 일 좀 없을까 …한시의 법열



책/학술

    어디 장쾌한 일 좀 없을까 …한시의 법열

    김풍기 교수의 옛 시 다시 읽기

    사진 제공= 교유서가

     

    <어디 장쾌한="" 일="" 좀="" 없을까="">는 옛 사람들의 삶과 내면풍경을 담은 한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강원대 국어교육과에 재직중인 김풍기 교수가 정약용, 윤휴, 휴정, 한용운, 이규보, 김시습 등의 시세계를 누비면서 그들의 시대와 정신세계를 소개한다. 거기에서는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 언어와 침묵의 경계에서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미묘한 법열의 세계가 느껴진다.

    이제껏 한시를 읽고 공부하면서 보낸 시절이 무척 행복했다는 지은이는 경계를 넘어 침묵 저편으로 가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경계 이쪽 언어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면서, 경계가 드러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청명함을 즐긴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한시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지닌다. 한시는 그 몇 글자 속에 광막한 우주가 담겨 있는가 하면 한두 구절로 그리움의 깊이를 담아내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지은이 나름의 또다른 해석이 진풍경으로 펼쳐진다.

    조선 후기 학자였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불역쾌재행(이 또한 장쾌하지 아니한가)'라는 제목으로 연작시 20편을 지었다.

    대숲 외로운 달, 밤에도 흔적 없는데
    깊은 집에 홀로 앉아 술동이 마주했다
    백 잔이나 마셔셔 흠뻑 취한 뒤에
    한 소리 호탕한 소리에 번우한 일 씻어보니
    이 또한 장쾌하지 아니한가

    -정약용 '이 또한 장쾌하지 아니한가' 20수 중 제 14수

    이 시에 대한 <어디 장쾌한="" 일="" 없을까="">의 저자 김풍기 교수의 해석을 보자

    "(…)이렇게 이완된 감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다보면 세상과 절연된 나의 모습 속에서 나의 삶이 혹은 나의 감성이 일시에 침체되기 십상이다. 정약용은 바로 이런 점을 경계하고 있다. 그의 술마시기는 혼자 이루어지는 행위이지만, 그 속에 호방하고 장쾌한 기상을 담고 있다. 그는 술 마시기를 통해 천지자연과 소통 가능한 경계에 이르자 돌연 노래를 불러 젖힌다. 한 소리 거치 노래는 자신의 마음속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동시에 천지자연을 향해 발산하는 자기 몸의 우주적 기운이다."(73쪽)

    무위이화(無爲而化), 아무것도 내 힘으로 하지 않는데도 모든 것이 교화되고 이루어지는 경지를 알아야 진정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 이것이 옛 시를 대하는 지은이의 기본 관점이다. 지은이는 “우리 주변의 일상은 여전히 고되고 팍팍하지만, 그래도 그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속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소중함을, 번뇌의 필요성을, 떨림의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면서, 특히 개인이 서정을 표출하는 매개체로서의 한시에 주목한다.

    지은이 김풍기는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시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고전산문 교육론』 『한시의 품격』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옛 시에 매혹되다』 『삼라만상을 열치다』 『독서광 허균』 등이 있다. 역서로 『완역 옥루몽』(전5권)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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