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굉음과 함께 갑자기 멈춰 선 서울메트로 4호선 전동차의 고장 원인은 노후장비 때문인 것으로 결론났다.
사용 연한이 지났음에도 무리하게 연장해 사용하면서 사고가 났다는 것.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연식이 오래된 전동차와 부품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사고 부품은 19년 사용…4년 수명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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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은 7일 창동차량기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 7시 23분쯤 한성대역과 성신여대입구역 사이에서 발생한 열차 고장 원인은 차량 고속도 차단기가 절연 성능을 잃으면서 파괴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장기 사용으로 노후한 2호 차 차단기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전차선 단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서울메트로측이 공개한 사고 차량 고속도 차단기는 전기스파크로 인해 내부가 손상된 모습이었다.
지난 1997년 지하철에 도입된 고속도 차단기는 서울메트로가 현재까지 19년 동안 계속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본부장은 "이번에 사고가 난 부품은 현재 서울메트로에서 운영하는 고속도 차단기 중 가장 구형 제품으로 1997년부터 쓴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통상 고속도 차단기를 15년 동안 사용하면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1994년 3월 현대정공이 제작한 것으로 도입한 지 23년이 됐다.
◇ 서울 지하철 노후화 심각…57%가 운영 20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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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량과 부품의 노후 문제는 비단 4호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노선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기준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전동차량 중 절반 이상(56.9%)인 1,112량이 운영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사용 연한인 25년을 이미 넘긴 채로 현재까지 운영되는 차량도 142량(7.2%)이나 됐다.
이는 5년 미만인 차량(70량)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1~4호선의 평균 전동차 사용 연수는 각각 1호선 19.4년, 2호선 17.3년, 3호선 11.3년이고, 최근 사고가 잦았던 4호선은 무려 21.2년에 달했다.
◇ 현장 인력 부족…고령화된 조직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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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된 인력 구조도 서울메트로가 풀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현재 서울메트로 전체 직원 9,095명 가운데 7,915명(87.0%)이 40~50대다. 50세 이상인 직원이 4,066명(44.7%)이고, 30대 미만인 직원은 1,180명(12.9%)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인원 감축에 나서면서 당시 1만284명이던 직원수를 현재 수준으로 줄여 고령화가 심화됐다.
문제는 현장 안전 인력이 크게 감소해 안전사고 관리에 구멍이 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사고가 난 차량도 전날인 5일 점검이 이뤄졌지만 사고 징후는 전혀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트로는 노후 전동차 안전사고에 대비해 1년에 한 번씩 전반검사를, 매달 정기점검을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사업이라는 형태로 부대사업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직접 담당하는 유지보수 인원보다는 사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더 많아졌다"면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 인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시민의 발…새차 구입 서둘러야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의 대책으로 오는 6월까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1·4호선 전동차 32개에 장착된 고속도 차단기 320개를 전수조사하고 노후 부품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는 이 부품 교체 비용으로 약 1억~2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인을 차단해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완벽한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신차 교체가 바람직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RELNEWS:right}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은 "부품 돌려막기로는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예산을 마련해서 노후화된 차량을 빨리 새 차량으로 교체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이후까지 노후 차량 1,250대를 교체하는 데 총 1조7,800여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메트로 측은 "신차교체를 포함해 전동차 안정화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 마련 등 다방면에 걸친 대책을 마련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