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사실상 현역 의원들만 제약 없이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예비후보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선거구 무효'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지 12일째. 선거구 획정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현역 의원들과 20대 총선 예비후보들 간 운신의 폭도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한 의정보고와 후원회 개최 등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반면 예비후보들은 새벽부터 인사를 하고 명함을 돌리는 것이 사실상 전부라고 말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가 획정될 때까지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제한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예비후보는 "가뜩이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고 또 뛰어도 오르지 않는 인지도 때문에 고민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몇몇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욕심이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를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최근 지역구 현역 의원에게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해달라며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 예비후보는 공개 서한문을 통해 "정치 신인들의 발목을 묶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고의성 짙은 선거구 획정 지연에 동조했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한 현역 의원이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고 사라진 상황에서도 의정보고서에 '유성 선거구 증설 유력'이라며 자신을 홍보하기에만 바빴다" 꼬집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게 그리도 자랑스러운가"라며 "선거구를 공백상태로 만들어 본인 혼자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니 좋은지 묻고 싶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의 선거운동도 같이 제한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의 칼을 쥔 것 역시 현역 의원들.
국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지만, 현역이 아닌 예비후보들과 군소정당이 상황을 바꿀 길은 사실상 막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