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의 최대 화두는 ‘분노’다. 이 분노는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등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대선판 장악이 그것이다.
트럼프는 각종 막말과 기행, 여성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지난달 26~29일 실시된 디모인 레지스터의 여론 조사 결과 트럼프는 28%로 테드 크루즈를 5%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 대선판을 뒤흔드는 돌풍이다.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층의 불만이 ‘폭주 기관차’ 트럼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버니 샌더스를 띄운 것도 ‘분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도 미국 경제는 견조하게 살아나고 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심화된 양극화는 서민과 젊은층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좌절하고 분노한 서민과 젊은이들은 소득 불평등 문제에 올인하는 샌더스에 열광했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과 엎치닥 뒤치락 치열한 선두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도 비주류 인사들이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깜짝 돌풍, 지금과 같이 지속적이지는 못했다. 최근 아웃사이더의 돌풍은 유례없는 일로 양당 체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득권에 갇혀 소모적인 정치 공방만 일삼아온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심판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심은 이들 아웃사이더들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반란에 성공하는지 여부다.
이들이 첫 관문을 승리로 장식하면 대선판은 시계 제로의 혼전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트럼프가 아이오와 승리를 거머쥘 경우 ‘대세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샌더스 역시 아이오와에서 승리한다면 그 이후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승부는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직접 투표장으로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는 얼마나 유권자들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투표율이 높을수록 트럼프와 샌더스 의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와 샌더스 모두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소 동원능력 등 조직력이 중요한 코커스의 특성상 트럼프나 샌더스 의원이 당초 예상보다 고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이 경우 두 사람의 대권가도에 다소 제동이 걸릴 수 있겠지만 다음 달 9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면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미 대선판은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