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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1분기에 정부 재정을 포함한 21조원 이상의 공공자금을 추가로 풀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을 미리 당겨쓰면 하반기에 위기 대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걱정도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연초부터 대내외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고, 수출부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따라 정부가 응급처방으로 내놓은 것이 재정조기집행 확대다. 중앙정부와 지방재정을 합쳐 모두 6조원의 재정을 1분기에 더 풀고, 여기에다 산업은행 등의 정책자금도 15조원 이상 추가 집행해, 모두 21조원의 공공자금을 시중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재정 조기집행은 이미 정해진 예산을 초반에 더 당겨쓰는 것으로, 지난 2003년부터 13년째 재정 조기집행이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연초만 되면 하반기에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며 상반기에 재정을 쏟아 부었다.
상반기에 재정을 끌어쓰면 하반기에는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반기에 정부의 바람대로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비근한 예로 작년에도 재정이 상반기에 60% 조기 집행됐지만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메르스 여파로 추경예산까지 편성했지만 결국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대로 꺾였다.
재정전문가인 부경대 행정학과 이남국 교수는 "10여년 넘게 이어진 재정조기집행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왕에 조기집행을 한다면 재정 성과가 높은 쪽으로 선별해서 해야할 것이고, 향후 돌발변수에 대비하는 계획이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 국가채무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초에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국내총생산 대비 40%선을 넘게 된다. 때문에 올해는 작년처럼 추경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없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을 섣불리 당겨썼다가는 하반기에 만약의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조기집행을 강행한 것을 두고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승용차 구입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도 미래의 위험을 감수한 조치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개소세의 한시적 인하조치로 미래의 자동차 수요를 끌어다 썼고, 결국 연초부터 소비절벽 조짐이 나타났다.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개소세 재인하 조치가 끝나는 오는 7월부터 이같은 소비절벽 패턴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난해 개소세 인하 조치 종료 전에 서둘러 신차를 샀던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소비진작 정책을 비롯해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각종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갉아먹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