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결정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 미사일로 연쇄도발한 북한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NSC상임위의 결정이라는 형식을 거치긴 했지만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이 초강경 승부수를 둔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냉각기에도 거의 멈춘 적이 없는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다. 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갈등 끝에 북한에 의해 공단 가동이 잠정 중단된 적이 있지만, 당국간 대화를 거쳐 5개월만에 재가동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만 해도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추가 조치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며 여지를 뒀었다. 정부 일각에서 개성공단 폐쇄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일부 있었지만 남측 체류인원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대응한 것도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자 박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승부수의 핵심은 북한의 '돈줄 차단'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었다.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발표에서 이같은 의지가 엿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얼마가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지만 그런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이와함께 대북 제재를 국제사회에 촉구하기 앞서 유엔안보리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대북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조치의 성격도 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정부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당사국인 우리도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를 향해 금융·무역 등을 포함한 ‘실효적이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속 요구하면서, 정작 우리 정부가 남북 경협을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이 승부수가 아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우선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이 입을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중국에 파견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입을 피해는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근식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개성공단 인력을 더 높은 임금으로 중국에 송출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우리 기업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우리측 입주기업들은 2013년 4월 가동중단 때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5개월간 가동을 멈췄을 당시 234개 입주기업은 1조566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통일부에 신고했었다.
북한이 만일 개성공단 설비를 몰수해 중국 등 제3국에 넘기는 식으로 공단을 계속 운영한다면, 우리 정부가 노렸던 돈줄 차단 효과는 없어지고 기업 피해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조성 때 10여km 북방으로 밀어냈던 북한군 6사단을 원래 자리로 전진 배치시킬 경우 안보상의 위협도 증가한다.
유엔안보리 제재가 나오기 전에 독자적으로 극약 처방에 나선 것이 지나치게 섣부른 대응이라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미간 사드 배치 공식협의 착수와 맞물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켜 유엔안보리의 효과적인 대북제재를 이끌어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을 중단한다고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성과를 내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독자적 대북제재의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면서 정부로선 이제 북한을 움직일 레버리지도 전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