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6시 30분쯤 개성공단 통일대교. 북한의 남측 인원 추방 통보가 있은 지 1시간여가 흘렀지만, 이곳은 적막이 흘렀다.
북쪽에서 넘어오는 차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개성공단에 있는 가족이 무사히 넘어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만이 모여있을 뿐이었다.
저녁 9시 20분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일대로는 고요했다. 간혹 군용차량 몇 대가 지나다닐 뿐이었다.
그로부터 20분 후, 북쪽 출경절차를 마무리하고 김남식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의 인솔 하에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측 관계자 280명이 철수 준비를 마치고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떠났다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취재진은 경찰 폴리스라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0시쯤 마침내 통일대로 저 끝에서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줄기를 발견했다. 차들이 줄을 지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왔다.
이로써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우리 인력들은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 북한의 남측인원 전원 추방 발표 이후 4시간여만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이 억류되는 등 비상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개성공단 내 상황에 대한 보도 자제를 요구하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사실 오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비교적 여유 있게 완성품과 원부자재 등을 차량에 싣고 남측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다 오후 4시 50분쯤 상황은 급변했다.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남측 인원을 오후 5시 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통보하면서부터다.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다 오후 5시를 넘긴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결국 쫓기듯 빈손으로 개성공단을 떠나야 했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만난 한 개성공단 관계자는 "추방되는 인원은 개인 소지품 외에
다른 물건은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한 뒤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북한은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 채널도 폐쇄했다.
정부는 이날 자정이 다 돼 공단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