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요구하는 아이폰 잠금 해제 소프트웨어는 암(癌)과 같다고 말했다.
쿡 CEO는 미국 ABC방송이 24일 저녁(현지시간) 방영을 앞두고 사전 공개한 인터뷰에서 "(애플이 FBI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힘들지만 올바른 결정이며 거기에 순응하는 것은 미국에 해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아는 바로는 테러범의 아이폰에서 정보를 빼내려면 암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를 만든 적도 없고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운영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아이들과 가족 등 공공의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면서 "(FBI의 요구에 협조하는 것은) 국민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FBI의 요구에 협조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은 수많은 미국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법원이 그런 소프트웨어의 제작을 요구할 수 있다면 또 어떤 요구를 할 수 있게 될지 생각해보라"며 "감시용 운영체제가 될 수도, 사법기관이 (시민의 휴대전화에 있는) 카메라를 켤 수 있는 능력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 아이폰에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FBI도 모른다"며 "그 아이폰과 관련해 우리가 가진 모든 정보를 FBI에 넘겼다. 추가적인 정보를 얻으려다가는 수백만 명이 이 문제에 노출될 것"이라고 거듭 우려했다.
미국 최고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평가받는 애플을 이끄는 쿡은 "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이 사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대통령과 논의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와 관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도 지난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강연에서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애플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애플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우려에 미국 정부는 테러범의 아이폰 1대에만 해당하는 일회적인 조치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라도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에 협조하면 앞으로는 수많은 아이폰이 당국과 범죄자들에게 해킹될 수 있다는 것이 애플과 보안 전문가들의 반론이다.
애플 연구진은 앞으로는 이런 요구의 수용이 애초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게끔 아이폰을 설계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미국 연방법원 치안판사 셰리 핌은 지난 16일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수사를 위해 애플에 테러범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한 기술 지원을 명령했다.
당시 핌 판사는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인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5에 담긴 암호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애플이 수사 당국에 합리적인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나, 애플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