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미수습자가 9명이나 남아 있고, 진상규명의 길도 멀기만 하다.
3월 15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700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그동안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9명의 미수습자가 있고, 진상규명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약자들의 슬픔에 같이 눈물을 흘려야 할 교회가 관심을 멀리하고 외면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서울 신설동에서 노숙인과 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는 대형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 기독교방송국의 강연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2월 초 본방이 나간 뒤 다시보기에서 내리겠다는 프로그램 담당 PD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담당 PD는 김 대표가 강연할 때 가슴에 달았던 세월호 리본 배지(badge) 때문에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며, 강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녹화 당시 세월호 배지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다고 했다. 또 김 대표가 강의 중간 쉬는 시간 도중 농담으로 "세월호 배지 때문에 방송 못 나가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스텝들은 '그럴 일은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보기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담당 PD의 말에 김 대표는 웃으며 그러라고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시청자의 항의전화도 있었겠지만, 혹시 방송국의 고위층이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고 있다.
15일 현재 방송국 홈페이지에서 김 대표의 강연은 찾아볼 수 없다. 홈페이지에서 김현일 대표 이름을 검색했더니 2013년에 출연한 프로그램만 나왔다. 이번에 녹화한 강연 프로그램은 삭제된 것이다. 297편에서 299편으로 바로 넘어갈뿐, 김 대표가 녹화한 298편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방송국이 운영하는 유튜브와 모바일 홈페이지 역시 검색해봤지만, 김 대표가 강연한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대표와 같은 사례는 또 있다. 모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김 아무개 전도사 역시 세월호 배지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우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교수와 면담을 하던 도중 김 전도사가 달고 있던 세월호 배지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김 아무개 전도사는 "왜 떼라고 하시는지 이유를 물어봤는데, 학생이 벌써부터 사회에 눈 돌리고 신학생이 그러면 안 된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현일 대표는 나들목교회를 출석하고 있다. 하지만 나들목교회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교회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으라고 강요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직 진상규명은커녕 돌아오지 못 한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교회가 앞장서지는 못 할 망정 잊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당한 가족들이 길거리에서 아직까지 절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교회의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