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니까 좋다' 오리온 이승현(왼쪽)과 조 잭슨이 21일 KCC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전주=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오리온의 챔피언결정 2차전이 열린 21일 전북 전주체육관. 경기 전 오리온 포워드 이승현(24 · 197cm)은 19일 1차전 후반 체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적잖게 억울한 듯했다.
이승현은 1차전에서 리그 최장신(221cm)이자 최중량(150kg)의 하승진을 수비했다. 전반 하승진을 2점 4리바운드로 막아내 이승현의 수비는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이승현의 수비 속에 오리온은 전반을 34-26으로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하승진은 8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승부처인 4쿼터에서 하승진은 6점을 집중시켰다. KCC의 82-76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추승균 KCC 감독은 "후반 이승현이 지쳐서 하승진을 잘 막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차전을 앞두고 이승현은 "사실 승진이 형을 맡는 것은 외국 선수를 맡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지쳤다고들 하시는데 그것보다는 4쿼터 실점 상황에서 승진이 형이 안드레 에밋과 2 대 2 플레이를 펼쳐 놓친 것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2차전에 대해서도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이승현은 "힘들지만 어쩌겠는가"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승진이 형을 맡아보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어 "1차전에서 3점슛을 많이 던졌는데 다양하게 시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이승현은 하승진을 1쿼터 잘 막아냈다. 하승진은 2점에 머물렀고, 이승현은 미들슛 등 6점을 올렸다. 끈질긴 수비에 하승진은 이승현을 밀쳐 공격자 파울을 범하기도 했다.
'힐도 막는다' 오리온 이승현이 21일 KCC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허버트 힐을 막고 있다.(전주=KBL)
하지만 이승현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바로 파울 트러블. 상대 정희재의 골밑슛을 막다 파울을 범한 이승현은 종료 9초 전 의도치 않은 파울이 추가됐다. 상대 김민구의 속공 레이업슛을 막으려던 이승현은 몸의 접촉은 없었으나 파울이 불렸다.
이후 이승현은 종료 1.3초 전 공격 상황에서 KCC 신명호를 밀어 3번째 파울을 범했다. 결국 이승현은 2쿼터를 통째로 벤치에서 머물러야 했다. 1쿼터를 9점 차로 앞섰던 오리온은 2쿼터 이승현의 공백 속에 48-43으로 쫓겼다. 하승진이 2쿼터만 6점을 올렸다.
하프타임 뒤 각성한 이승현은 후반 기운차게 돌아왔다. 3쿼터 정확한 미들슛과 속공으로 알토란 6점을 보탰고, 동료들과 기민한 협력 수비로 하승진을 역시 2점으로 막아냈다. 3쿼터 오리온은 조 잭슨의 11점을 더해 73-56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4쿼터에도 이승현은 2분10초께 3점포까지 꽂으며 81-61, 20점 차 리드를 가져왔다. 4쿼터에도 7점을 보탠 이승현은 팀 동료 애런 헤인즈와 함께 양 팀 최다 19점을 올렸다. 결국 오리온은 99-71로 이겨 7전4승제 시리즈에서 1승1패, 균형을 이뤘다.
경기 후 이승현은 "1쿼터 때 파울 3개가 돼 아쉬웠다"면서 "그래도 2쿼터 끝나고 생각 많이 했고, 후반에는 생각대로 됐다"고 웃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승현이가 파울이 많았지만 자연스럽게 체력 안배와 장재석, 최진수 등 백업 멤버 활용으로 연결됐다"면서 전화위복의 상황을 반겼다.
이승현은 "감독님께서 '23분밖에 안 뛰었으니 이따가 야간 운동을 해야겠다'고 하시더라"면서 "오늘은 1차전과 달리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자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아시아선수권에서 이란의 하메디 하디디(218cm)를 막으면서 장신 수비를 익혔다"면서 "승진이 형을 막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2차전에서 이승현은 지치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