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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가 아니었다면 논란이 이렇게 커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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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구가 아니었다면 논란이 이렇게 커졌을까요?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왜 너까지 그래' KCC 김민구(왼쪽)와 오리온 문태종(오른쪽)이 19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몸싸움 과정 중 충돌하자 두 팀 선수들이 대치 상황을 벌인 가운데 심판이 말리는 모습.(자료사진=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이 뜨거운 접전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두 팀은 19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서 4811명 만원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치열한 승부로 농구 열기를 달궜습니다.

    특히 홈팀 KCC가 시종일관 밀리다 4쿼터 중후반 대역전 드라마를 쓰면서 전주체육관의 분위기는 날아갈 듯했습니다. KCC와 오리온 팬들의 응원 열기에 기사를 쓰는 저도 얇은 옷을 입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기사를 써야 할 정도였습니다. 승리는 정규리그 우승팀 KCC의 몫이었지만 오리온도 충분히 챔프전에 어울릴 만한 자격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챔프전이 다소 엉뚱하게 다른 부분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죠. 바로 KCC 김민구(25)와 오리온 문태종(41)의 신경전입니다. 이들은 1차전 4쿼터 종료 약 4분을 남기고 팔이 엉켰다 풀리는 과정에서 순간 욱하며 충돌했고, 두 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대치하는 상황을 야기했습니다.

    워낙 뜨거운 접전이었던 만큼 충분히 경기 중에 일어날 만한 장면이었죠.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농구 팬들의 설왕설래가 뜨겁습니다.

    충돌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보인 다소 과격한 동작와 입 모양이 문제가 된 겁니다. 여기까지도 넓게 이해를 해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신경이 곤두선 승부처였던 데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소 흥분된 동작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경기 후 추승균 KCC 감독이 "승부의 세계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면서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를 하다 보면 혼자 거친 말도 할 수 있다"고 심상하게 바라본 이유기도 할 겁니다.

    ▲'음주물의' 김민구, 솜방망이 징계 논란

    하지만 문제는 해당 선수가 김민구였다는 점입니다.

    가정법은 의미가 없다지만 먼저 만약 해당 선수가 김민구가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졌을까요? 하승진이나 안드레 에밋, 김태술, 신명호 등 KCC의 다른 선수들이 엉키고 풀렸던 팔의 주인이었다면 팬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을까요?

    물론 논란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김민구라서 논란이 커지고 팬들 사이에 확전 양상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8월 KCC 김민구가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음주 물의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알려진 대로 김민구는 선수 경력에 치명적인 과오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6월에 나온 음주사고입니다.

    당시 김민구는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6% 상태였습니다. 당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혀 훈련 중 외박을 받아 잠시 휴식을 취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김민구는 고관절을 크게 다쳐 선수 생활의 기로에도 놓였습니다. 경희대 시절인 201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신기에 가까운 3점포를 선보이며 대회 베스트5에도 이름을 올렸던 김민구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짋어질 기둥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민구가 이대로 현역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이후 김민구는 피나는 재활 끝에 올 시즌 코트에 복귀했습니다. 이 과정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음주사고를 냈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해 9월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출전 정지나 벌금은 없었습니다.

    물론 한순간의 실수로 선수에게 모든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가혹한 일입니다. 그러나 잘못을 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더욱이 김민구는 당시 사회봉사활동 의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트에 복귀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그런 김민구였기에 이번 충돌에서 논란이 더 커진 측면이 있었을 겁니다. 더욱 자숙하고,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이기를 바랐던 팬들의 눈에 김민구의 다소 과격한 동작은 상당히 거슬리게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부족했던 사과, 더 큰 성숙 기대

    물론 김민구는 복귀 이후 성실하게 뛰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출전 논란이 불거지자 약 2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고 봉사 활동 등을 소화했습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0분여를 뛰며 평균 2.9점 1리바운드 정도를 올리며 식스맨으로 알차게 뛰었습니다.

    특히 정규리그 막판과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알토란 같은 외곽포를 뽐내며 팀의 챔프전 진출에 힘을 보탰습니다. 본인도 매 경기가 간절합니다. 전성기를 앞둔 20대 초반 큰 사고를 겪은 데다 이후 팀의 선수 보강으로 입지도 불안해졌기 때문입니다.

    4강 PO 때 김민구는 "주전이 보장됐던 대학 시절과 달리 다치고 난 후부터 진짜 정말 (출전이) 간절하다"면서 "남들이 볼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쏜다고 하지만 정말 간절하게 던진다. 그래야 기회가 오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로 인해서 팀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보답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지난 7일 KCC 김민구(23번)와 전태풍이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그런 김민구였기에 이번 충돌은 아쉬움을 적잖게 남기고 있습니다. 만약 챔프전 1차전에서 큰 무리없이 문태종과 충돌을 넘겼다면 김민구는 크게 자신의 과오를 씻어낼 기회를 얻었을 겁니다. 6점 차로 뒤지던 4쿼터 승부처에서 역전에 결정적인 발판을 놓은 3점슛 2방을 연속해서 꽂은 뒤였기 때문입니다.

    김민구는 그러나 문태종과 충돌 뒤에 다소 거친 발언과 동작이 나왔습니다. 물론 오리온 다른 선수의 도발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문태종과 팔이 엉켰다 풀린 직후 상대를 치려고 하는 듯한 동작이 보였습니다. KCC의 다른 선수였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법한 동작과 발언이 김민구에게서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습니다.

    이후 인터뷰에서 김민구는 "오해를 하신 것 같다"면서 "문태종 선수에게 이후 '죄송하다'고 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또 과격한 동작에 대해 "의도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런 동작이 있었다면 잘못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억하심정이 있어서가 아니다"면서 "같은 슈터로서 문태종 선수를 존경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견장에 들어선 적잖은 취재진은 김민구의 사과가 살짝 미흡했다는 평입니다. 인터뷰는 팬들을 대신해 기자들이 선수와 감독의 의견을 묻고 전하는 과정입니다. 김민구는 문태종에게는 사과를 했다지만 자신을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두루뭉술했습니다. "그런 동작이 있었다면 잘못을 했다"는 것은 확실치 않습니다. 마치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데 사과까지 해야 할까, 만약 내가 그랬다면 사과를 한다는 식의 인터뷰 수위였습니다.

    분명 김민구는 굉장한 재능이 있는 선수입니다. 슈터로서 능력과 배짱을 두루 갖췄습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실수로 적잖은 부분을 잃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간절한 마음으로 코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또 그렇기에 이번 챔프전에서 누구보다 코트에서 지기 싫어하는 기질을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민구는 아직은 팬들이 자신을 일반 선수와 다르게 본다는 점을 깊게 인식해야 할 겁니다. 똑같은 실수에도 더 깊게 고개를 숙여야 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 일종의 유예기간입니다. 챔프전 1차전 때처럼 놀라온 3점포를 선보이는 경기가 쌓이고, 사회봉사활동 등의 선행이 이어진다면 냉정했던 팬들의 시선도 따뜻해질 순간은 분명히 올 겁니다. 이번 논란이 농구 선수 김민구가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KCC 김민구가 19일 오리온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자료사진=KBL)

     

    P.S-KCC 전태풍은 1차전 뒤 김민구와 함께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옆에서 김민구의 간절한 복귀를 지켜본 만큼 이번 논란에 대해 "코트는 전쟁"이라며 동료를 도왔습니다.

    이어 전태풍은 미국 흑인들의 다소 민망한 슬랭(속어) 표현을 써가며 "김민구는 정말 강심장이고 상남자"라면서 "1년 동안 지내면서 깜짝 놀랄 정도"라고 칭찬했습니다. 이어 "그의 단단한 속내를 리스펙트(존경)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학 시절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나선 아시아선수권에서 펑펑 장거리포를 날렸던 김민구. 또 불의의 사고 이후 힘든 재활을 겪고 마침내 챔프전 무대에까지 선 김민구. 그런 김민구이기에 이번 논란을 이겨내고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P.S의 P.S-그렇다면 과연 김민구의 존재만 이번 논란을 키운 것일까요? 문태종이 이번 충돌의 한 당사자가 된 것 역시 논란을 키운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문태종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KBL에 보이지 않는 국내 선수와 혼혈 선수의 장벽이라는 겁니다. 한 기자는 "과연 문태종이 아니라 양동근(모비스), 조성민(케이티) 등이었다면 김민구가 저렇게 반응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선후배 문화가 철저한 KBL에서 국내 선수들끼리 충돌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유대 관계가 헐거운 혼혈 선수였기에 나올 수 있던 신경전이라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전태풍은 예전 혼혈 선수에 대해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차별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쓴맛을 남겼던 이번 충돌이 가급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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