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이뤘어!' 오리온 이승현이 19일 KCC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엄지 세리머니를 고 있다.(전주=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온의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린 19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 경기 전 오리온 포워드 이승현(24 · 197cm)은 첫 챔프전을 맞는 결연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승현은 챔프전의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KCC 최장신 센터 하승진(31 · 221cm)을 맡을 거의 유일한 오리온 선수였던 까닭이다. 하승진은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 4경기에서 평균 15.8점 14.8리바운드의 괴력을 뽐냈다.
하승진보다 신장이 24cm 작은 이승현은 그러나 초등학교 유도 선수 출신으로 팀에서 장신 외인 수비를 도맡는 선수다. 올 시즌 최우수 수비상을 받은 이유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하승진을 막는 이승현을 누가 대체할 수 있겠느냐"며 그의 가치를 다시 강조했다.
이승현은 "사실 외인보다 승진이 형을 맡는 게 더 힘들다"면서 "그런데 감독님이 나를 너무 믿으시는 것 같더라"며 일단 엄살을 떨었다. 그러나 곧이어 "오늘은 내가 득점하지 못해도 승진 형의 득점이나 리바운드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추 감독도 "다른 건 하지 말고 하승진만 잘 맡으라고 했다"고 거들었다.
여기에 이승현의 역할은 더 있다. 바로 활발한 공격으로 자신을 마크할 하승진의 수비 부담을 늘리는 것. 이승현은 "외곽에서 돌파를 하든, 3점슛을 쏘든, 또 스크린을 해주든 승진이 형을 힘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승현은 대체 불가 선수였다. 이날 거인 하승진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오리온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오리온 이승현이 19일 KCC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레이업슛을 넣고 있다.(전주=KBL)
1쿼터부터 이승현은 하승진을 전담 마크했다. 1쿼터 하승진은 9분14초를 뛰면서 무득점에 머물렀다. 슛 시도가 없었고, 공격 리바운드 1개에 그쳤다. 이승현은 하승진의 수비를 뚫고 레이업슛을 넣었고, 3리바운드에 1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오리온은 1쿼터를 16-7로 압도했다.
2쿼터도 마찬가지였다. 이승현은 상대적으로 느린 하승진의 발을 이용해 돌파한 뒤 애런 헤인즈에게 패스, 손쉬운 골밑 득점을 돕는 기민함을 보였다. 또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하승진의 공을 가로챘고, 이어진 공격에서 헤인즈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승현의 거센 수비에 밀린 하승진의 골밑슛은 빗나갔다. 전반 하승진은 전매특허인 탭슛으로 전반 2점 4리바운드에 머물렀다. 이승현은 2쿼터 종료 3분여 전 3점포까지 7점 5리바운드 3가로채기로 힘을 냈다. 2쿼터 KCC 안드레 에밋의 3점포로 역전을 허용했던 오리온은 전반을 34-26으로 마쳐 기선을 제압했다.
오리온은 후반에도 이승현의 견고한 수비 속에 리드를 이어갔다. 3쿼터 1분33초께 조 잭슨이 상대 에밋의 공을 가로채 통렬한 투핸드 덩크를 꽂고 이후 연속 3점포를 꽂는 등 공격을 주도했다. 이승현은 48-53으로 쫓긴 쿼터 종료 1분27초 전 버저비터 2점포를 넣기도 했다.
4쿼터에도 이승현의 몸을 던지는 투혼이 이어졌다. 상대 장신 틈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고, 4점 차로 쫓긴 쿼터 종료 5분50초 전에는 몸을 날려 라인 아웃되는 공을 살려냈다. 이승현이 살린 공격권은 이현민의 2점으로 연결돼 64-58 리드를 지켰다.
하지만 이승현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KCC는 막판 김민구의 연속 3점포와 전태풍의 역전 결승 자유투와 쐐기 미들슛 등으로 82-76 역전승을 거뒀다. 하승진은 이날 10점, 11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을 펼치기는 했다. 이승현은 11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승현은 제 역할을 다했지만 KCC의 화력을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