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A씨는 수치심에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22일 오전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서 '상사인 C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교직원 A씨를 만났습니다.
A씨에 따르면, C팀장의 성적인 언어폭력은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이상 이어졌습니다.
인천대학교 전경(자료사진)
◇ "저속한 언어로 7개월 이상 괴롭혀"'너는 밥을 잘 먹으니 OO도 잘하겠다.', '남자랑 자야 아픈 게 낫는다.', 'OO 주는 남자가 좋다.' 등등 차마 말로 옮기기 힘든 저속한 표현이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집 앞이니 내려와라. 나오지 않으면 내가 올라가겠다.'며 A씨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C팀장이 퇴폐 유흥업소에도 강제로 데려가 성추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A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다못한 A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17일 인천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팀에 이런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학교 측이 취한 조치는 C팀장의 보직을 해제해 다른 부서로 인사 이동시킨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2, 제3의 피해자가 속출하며 'C팀장 성추행 사건'은 학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교직원 1명과 조교 2명 등 추가 피해자 3명이 새롭게 나타났습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인 B씨는 "지난 2012년 11월 C팀장 환영회식에서 C팀장이 세 차례나 뺨을 맞댔고 마지막엔 볼에 키스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자리에 있던 여학생 한 명도 C팀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여학생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5명에 이르는 셈입니다.
B씨 역시 지난 18일 인천지방경찰청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며 C팀장의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학생, 조교, 교직원 등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5명하지만 인천대학교 측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A팀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학내에서 이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피해자들을 불러 단 한 차례 대면조사조차 벌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난 17일 학생생활상담소가 피해자들의 진술서만 접수했을 뿐입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재발방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C팀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C팀장 역시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는 자연스럽게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내에서 피해자들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사실과 다른 소문과 억측이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피해자 A씨는 "최근에 '당신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어떻게 부하 직원이 팀장을 고소하느냐', '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느냐' 등등의 말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듣고 있어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자료사진
◇ 대학당국 미온적 대처로 '2차 피해' 심각이와 관련해 인천여성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인천대학교는 이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후 해당 직원을 즉각 직위를 해제해 사건이 왜곡되지 않고 해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교내에서도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직원노조와 조교노조, 총학생회, 총동문회가 참여하는 ‘인천대학교 성범죄 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발족할 예정입니다.
이정은 총학생회장은 “대학 당국의 시간 끌기로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학내 성범죄 척결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피해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피해자들입니다. 그들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대학 당국은 진정 학교의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