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지역구의 표심을 얻기 위한 두 후보의 대결이 시작됐다. 경기도 수원시 남부를 아우르는 전국 유일의 ‘무’ 지역구, 수원무가 바로 그 전장이다. 행정동을 기준으로 권선구의 세류 1‧2‧3동, 권선1‧2동, 곡선동과 영통구의 영통2동, 태장동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였다.
영통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수원정’에서 3선을 지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68)와 권선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수원을’에서 2선을 지낸 정미경 의원(50)이 출사표를 던졌다.
◇ 귀환한 김진표, 부활한 정미경김진표 전 부총리는 수원시 영통구에서 19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그러나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뒤 2년간 지역구 활동 공백이 생겼다.
지역으로 귀환한 김 전 부총리는 “수원 시민분들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을 드리지 못했던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수원비행장이전법, 수원고등법원설치법, 분당선 연장 등 저의 의정 활동을 보고 평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8대 국회 원내대표 취임 연설에서 말씀 드렸듯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현 수원을 지역구의 정미경 의원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9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이후 2014년 보궐선거로 부활했다.
정 의원은 “권선구는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선거구에서 패할 정도로 야권 강세였지만, 지난 재보선에선 모든 선거구에서 제가 압도적으로 이겼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 2년간 수원비행장 이전, 신분당선 적격성 조사를 추진했다”며 “(지난 선거에서) 주민들이 저를 지켜주셨다. 주민들에게 제 진심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총선에서 현역인 정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신모(57.여.권선구 권선1동)씨는 “정 의원이 비행장 이전을 확정하는 등 지역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민규(23.남.영통구 망포동) 씨는 “새누리당의 활동이 마음에 안 들어 정당을 보고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전 부총리를 지지하게 됐다”며 “영통구까지 소음이 들리는 수원비행장 문제가 어서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두 후보의 승패를 짐작케 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 ‘엎치락덮치락’이다.
지난 13일 CBS와 국민일보가 보도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의원은 38.9%의 지지율로 32.5%를 얻은 김 전 부총리에게 6.4%p 앞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지난 24일 KBS와 연합뉴스가 보도한 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가 39.7%의 지지를 얻어 32.2%의 정 의원에게 7.5%p 앞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국민의당의 김용석 후보, 민중연합당의 김식 후보, 무소속 김현우 후보도 수원무의 일꾼을 자처하며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 새로운 지역구, 유권자는 “낯설다”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선거구에 혼란스러워 했다. 생활권이 다른 권선구의 일부와 영통구의 일부가 하나의 선거구가 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종상(70.남.권선구 세류2동) 씨는 “(권선구 주민과 영통구 주민은) 서로 만날 일 자체가 별로 없다”며 “쉽게 말해 영통구 주민들은 근처 A마트를 이용하고, 나 같은 세류동(권선구) 주변 사람들은 근처 B마트와 남문시장을 이용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영통구 주민의 평가 역시 비슷했다. 유병온(74.남.영통구 영통2동) 씨는 “영통구에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많아 권선구와 생활환경이 다르다. 집값부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후보들도 새로운 선거구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 전 부총리는 “제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영통구에서 약 10만 명, 정미경 의원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권선구에서 약 17만 명이 합쳐졌다. 산술적으로 보면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수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닌 ‘수원토박이’로서 그동안 수원을 위해 해온 일들이 많다는 것을 어르신들부터 잘 알아주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2일 오후 정 의원이 참석한 주부탁구대회에서도 주민들은 낯설어 하는 분위기였다. 영통2동 주민들은 “정 의원이 우리 지역 후보가 된 거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 의원 역시 새 선거구 획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기존 저의 지역구가 반 토막이 나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제게 주어진 기회”라며 “영통구 주민들이 제게 그동안 지역발전이 없었다고 한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두 후보, 비행장 이전 적임자를 자청하다수원무 주민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큰 지역 현안은 도심에 떡하니 자리 잡은 수원공군비행장 이전 문제다. 권선구 세류동에 있는 이 비행장에 대해 영통구 등 다른 수원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비행장 근처 주민인 박찬일(73.남.권선구 세류2동) 씨는 “수원비행장은 권선구와 영통구 생활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며 “건물 고도제한은 물론 도로 주변 주차 관리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모두 ‘자기가 시작한 것이니 자기가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부총리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소위 수원비행장 이전법을 대표 발의했던 것을 거듭 강조하며 “이전을 위해 17대 때부터 국방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등에 설득과 협의를 거듭해 19대 때 통과시켰다. 이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 비행장 문제 해결의 시작과 끝이 “모두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비행장 부지에는 삼성전자, 성균관대 약대, 향남제약단지 등의 IT, BT 기술을 결합한 한국형실리콘밸리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의원은 수원비행장에 대해 “제가 기존 고도제한을 풀고, 임시 활주로를 옮기며 비행장 이전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별법은 상징일 뿐이다. 법이 없다고 이전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3선의 국방위원장이 되어 비행장 이전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