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 들어 당이 상당 부분 안정된 이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정청래 의원 등 친노성향 인물들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박근혜 정권의 경제실정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아직 약효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권연대도 지지부진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28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3월 4주차 조사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2%p 내렸지만 여전히 38.3%로 40%에 육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율의 하락은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천 학살'에 이은 김무성 대표의 '옥새 반란' 등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천파동 탓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역시 3.4%p 하락한 24.9%를 기록했다. 셀프공천 등 비례대표 공천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인다.
두 당의 지지율은 박스권을 형성하며 15%p 안팎의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 영입인사 전략공천 아직은 효과 못봐우선 문재인 전 대표와 김 대표가 주도한 현역 물갈이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들은 김 대표가 주도한 전략공천을 통해 본선에 나섰지만 여당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서울 도봉을의 더민주 오기형 후보(21.2%)는 새누리당 김선동 후보(38.4%)에게 큰 차이로 뒤지고 있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같은 날 발표한 조사에서는 경기 남양주갑의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44.8%)가 더민주 조응천 후보(23.1%)를 20%p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분당갑에서도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38.6%)가 더민주 김병관 후보(27.5%)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김 대표가 경제실정 심판론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그리 크지 않다. 야권 지지층과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유인할 '카드'지만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산토끼' 잡으면 '집토끼' 도망가는 양상이런 결과는 일단 김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노패권주의를 뿌리 뽑겠다'는 등의 김 대표의 발언은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지만, 일정부분 전통 야당층을 이탈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26~27일 광주를 찾아 호남 대변자를 자처하며 텃밭 민심에 호소한 것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선거전에 전면 등장한 것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사퇴를 말리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는 "여전히 친노가 당의 주요 세력"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는 관측이다.
문 전 대표는 야권지지층의 이탈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 지원유세에 뛰어들었다. 자신이 영입한 인물이 출마한 수도권 등 비(非)호남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통해 '집토끼'(전통 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이지만, 집토끼를 잡으려고 하면 산토끼가 도망가고 반대로 산토끼를 잡으려하면 집토끼도 빠져나가는 형국이다.{RELNEWS:right}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두 전·현직 대표가 역할분담을 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한편에선 진보성향 지지층의 일탈과 중도층 흡수 제약 등 부작용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더민주는 진보의 가치를 지키면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