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오전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보등록 포기와 후보사퇴 등 야권연대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자연스러운 야권 단일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일화가 이뤄졌거나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는 지역 중 다수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곳들이어서, 야권 전략지역에서의 의미있는 후보 단일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후보를 공천한 곳은 모두 182곳.
CBS노컷뉴스가 공천자 182명의 후보등록상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 동대문을 위성동 ▲서울 양천갑 심재웅 ▲서울 강남을 이판국 ▲부산 사하갑 최민호 ▲인천 남동을 홍정건 ▲경기 안양동안을 박광진 ▲충남 아산갑 곽금미 ▲충남 서산태안 조규선 ▲경남 양산을 허용복 후보 등 9명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9개 지역에서 사실상 야권단일화가 이뤄졌다.
국민의당에서는 최민호·홍정건·허용복 후보 등 3명이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고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조치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나머지 6명의 후보 미등록 경위도 조사한 뒤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이 후보 미등록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6명 중 일부는 더민주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역에서 야권이 분열해선 안된다"며 지지선언을 하거나 더민주 후보와 야권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지는 야권 단일화 움직임에 지난 25일 "당과 상의 없이 단일화를 진행한 후보를 제명할 수 있다(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고 엄포를 놓은 국민의당은 29일에도 "공천장을 받고도 당과 협의 없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단일화 한 후보는 엄정 조치하겠다(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며 단일화 논의에 거듭 제동을 건 상태다.
중앙당의 엄포에도 단일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더민주를 탈당한 뒤 국민의당에 입당한 정호준(서울 중성동을), 부좌현(경기 안산단원을) 의원이 더민주 이지수, 손창완 후보와 단일화 논의에 물꼬를 트는 등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지역구는 10여 곳에 이른다.
대전 대덕에서는 더민주 박영순, 국민의당 김창수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나섰고, 강원 춘천에서도 이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가 사퇴하면서 더민주 허영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서기로 했다. 경기 안양동안을에서는 국민의당 공천을 받은 박광진 예비후보가 후보등록을 포기한 뒤 이날 더민주 이정국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안철수 대표는 29일 관훈토론회에서 "야권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효과가 상당히 적을 것", "만약 후보 단일화가 되면 국민의당 지지층들이 더민주 후보를 찍겠는가. 그 효과는 상당히 적을 것"이라며 야권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 공멸 위기감이 커지면서 안 대표가 언제까지 이런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단일화가 이뤄졌거나 진행되는 지역 중 다수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의 지역구이거나 여권세가 강한 곳이어서 야권단일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여야가 접전을 벌이는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언론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경합지역 14곳 가운데 더민주와 국민의당 두 야당의 지지율을 합칠 경우 새누리당을 이기거나 오차 범위 내까지 따라붙는 지역은 서울 강서구갑·서울 강동구을·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지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