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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주식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드러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진경준 검사장이 계속되는 논란에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진 검사장이 물의를 빚은 데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그동안 불거진 의혹들 역시 제대로 된 규명 없이 함께 뭍히게 될 공산이 커졌다.
진 검사장은 지난 2일 언론에 밝힌 입장문에서 "관련법에 따라 숨김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며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은 같은 날 오후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김 장관도 조만간 이를 수리할 전망이다. 진 검사장의 사의를 수용하는 선에서 이번 논란을 덮고 가겠다는 뜻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절차에 따라 (사직서가) 곧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지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2005년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사들인 뒤 80만 1500주를 126억원에 처분해 지난해 37억 9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진 검사장이 최초 주식의 매입 가격과 수량, 매입 경위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점, 넥슨 전현직 임직원이나 넥슨 자회사, 투자회사가 대부분인 주주 50명 명단에 오른 일반인 12명 가운데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린 점 등 수상한 정황이 잇따랐다. 주식 보유 시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한 전력도 문제됐다.
이런 가운데 진 검사장의 용퇴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소속 기관인 법무부와 검찰에 누를 끼치는 데 대한 심적 부담을 느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을 인정하거나 부인한 게 아니라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는 데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진 검사장의 수상한 재산 형성 과정은 사의 표명과 함께 더 이상 규명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진 검사장은 사의를 밝히면서 "저의 재산문제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연인'이 된 고위공직자의 재산에 대해 '공적' 조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고 진 검사장의 재산 변동 내역을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간인 신분이 된다면 검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변호사 등록을 위해 변호사 단체에 신고하는 단계를 밟는다고 해도 행정적 절차 외 재산내역과 관련한 의혹 규명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수사기관이 나서 수사를 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되지 않는 이상, 법무부가 진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동시에 의혹은 영영 뭍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 검사장의 경우 주식 매입 경위가 불법적이라거나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서 투자했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사퇴하는 선에서 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언론에서 수상하다고 하는 정도로 의혹 규명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본인이 명예롭게 결단하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마당에 더 파헤치는 것이 적절한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