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불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우리나라에도 불어닥칠까.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7일 1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위원회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통상 3개월 동안 협상을 거듭해 6월말이나 7월초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은 4월9일 시작해 12차례 회의를 거쳐 7월 8일에야 타결됐다.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한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가 팽팽하게 맞섰고, 결국 8.1% 오른 시간당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는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올해도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특히 세계 각 국에서 불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열풍을 생각하면 협상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10달러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한다. 15달러면 한화 1만7천원 가량이다. 이는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7.25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각각 연방 최저임금을 12달러와 15달러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은 '생활임금'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최저임금 현실화에 나섰다.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준까지 인상한다. 시간당 6.7파운드였던 최저임금을 올해 7.2파운드, 2020년에는 9파운드(1만5천원)까지 올린다.
러시아도 7월부터 최저임금을 20% 가까이 인상한다. 일본도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려 1천엔(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세계 각 국이 최저임금을 속속 인상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확충해 내수 부양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의지"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야 내수 침체로 인한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올해의 주요 투쟁 목표로 세우고 800만 서명운동 등 각종 지원 활동을 벌인다.
노동계는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가 2∼3인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 때 '가구 생계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강력하게 반대한다.
지금도 지나치게 올라간 최저임금 탓에 아파트 경비원을 무인 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상여금, 숙박비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근로자가 기본급 120만원에 상여금 20만원을 받더라도, 기본급이 최저임금(월 126만원)에 못 미쳐 법 위반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기획본부장은 "선진국처럼 상여금, 숙박비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최저임금 수준은 절대 낮지 않다"며 "현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세계 각 국이 최저임금을 잇따라 인상하는 만큼 노동계의 대폭 인상 주장이 거세겠지만, 경영계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