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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사절합니다" 거창함 대신 조용한 장례 치르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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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사절합니다" 거창함 대신 조용한 장례 치르는 기업들

    요즘 기업들은 창업주가 별세한 뒤에도 조용한 장례를 치르는 추세이다. 거창한 장례식 보다는 가족끼리 조용히 고인을 추억하는 장례문화에 기업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별세한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지난 5일 별세한 '미원의 아버지'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의 장례식도 가족들만이 참석하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일체의 조화, 조문,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며 오로지 가족들만 조용히 고인을 떠나보냈다.

    외부에 나서지 않고 평생 연구에 매달리고, 구두 두 컬레 이상을 가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근면하고 검소했던 임 창업회장의 평소 유지 때문이었다.

    192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임 창업회장은 광복후 모피 가공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다 무역업을 하면서 일본의 조미료가 국내 시장을 점령하는 것을 보고 일본으로 건너가 조미료 공정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56년 한국 최초의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세우고 '미원'을 출시했으며 1960년대 초반 CJ제일제당의 '미풍'과 경쟁하면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1987년 그룹회장직을 장남인 임창욱 현 명예회장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신의 연구실에서 꾸준히 조미료와 전통장을 연구했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출장을 가서도 호텔에서 자지 않고 여관을 이용할 정도로 검소했다. 마지막 가는 길도 고인의 유지대로 간결한 장례가 치러졌다.

    조문객들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보내 감사함을 전한 CEO도 있다.

    지난달 26일 타계한 모친 문상에 들른 문상객들에게 손편지로 감사를 전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52·사진)는 지난달 26일 타계한 모친 설순희 여사 문상에 들른 이들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내 감사함을 표시했다.

    편지에는 세상을 떠난 모친을 향한 사모곡이 절절하게 베어있어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저희 엄마는 대한민국의 광복을 애타게 기다리시던 시대 언론인의 딸로서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을지 모르나 물질적으로는 어려운 시대를 겪은 세대의 한 분으로서, 근검절약을 실천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신 후 엄마는 다행히도 자수성가한 함경도 출신의 매우 강하신 성격의 아버님을 만나 여전히 할아버지에게서 배우신 대로 종이 한 장, 리본 하나 버리시지 않으면서 저희 오남매를 열심히 키우셨습니다."

    설 여사의 부친은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설의식 씨(1900~1954년)로 1936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에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지워 퇴사당했던 언론인이다.

    김 대표는 신문에 얽힌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최근 몇 년간 기력이 약해지신 뒤에 딸로써 후회스러운 행동까지 편지를 통해 하나하나 되돌아보며 고인을 추억했다.

    기업 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조용한 장례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별세한 서정신 전 서울고검장의 부음은 장례가 끝나고 며칠 뒤에야 알려졌다. '청와대 파견검사 1호'로 유명한 서 전 고검장의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른 바이니 너그러이 받아주십시오"라고 신문 한켠에 양해를 구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인 소병철(58·사법연수원 15기)전 법무연수원 원장도 지난 2월 모친상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부음을 알려드리지 않은 큰 결례를 했지만 가족들이 어머님과의 아름다운 추억과 고마움을 생각하며 기도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크게 평온했다"며 "저희는 어머님의 믿음을 존중하여 가족끼리 성당에서 장례를 마친 것이오니 앞으로 집안 애ㆍ경사에는 달려갈 수 있는 기회를 꼭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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