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무단침입해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시킨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기자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26)씨가 1차 지역자체 선발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1차 지역자체 선발시험에서 평균점수 81점(전국 2등)을 받은 송씨가 2차 시험에서는 과락을 겨우 면한 45점을 받아 1차 시험에 부정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4월8일자 '[단독] 정부 턴 공시생, 지역자체 선발시험도 조작의혹) ·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CBS노컷뉴스의 의혹제기 직후 송씨가 재학중인 제주에 있는 모 대학교로부터 1차 지역자체 선발시험 출제를 위탁받은 서울 신림동에 있는 민간 M법학전문학원의 위치를 확인했다.
1차 지역자체 선발시험일은 지난 1월23일이었다.
M법학전문학원은 제주와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의뢰를 받아 1차 지역자체 선발시험을 주관했고, 송씨는 이 시험에서 277명 중 2등이라는 높은 점수와 함께 2차 시험 응시자격을 얻었다.
경찰은 CBS노컷뉴스의 의혹제기에 따라 1월23일을 전후해 송씨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통신 기지국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1차 시험일 이전인 지난 1월 8일부터 10일까지 송씨가 신림동 M학원 인근을 돌아다닌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M학원 근처에 왜 갔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송씨는 "학원에서 시험지 1부와 답안지 2부를 훔쳐 나왔다"고 결국 털어놨다.
모의고사와 지역선발시험 등 출제의뢰 된 문제지를 채점하는 개발실 (사진=송영훈 CBS수습기자)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신림동에 있는 M학원을 찾아가보니 학원은 한 건물 2, 3층에 입주해 있었고 폐쇄회로(CC)TV는 2층에 달랑 하나 달려 있었다.
M학원 직원은 "지역자체 선발시험뿐 아니라 다른 지역 모의고사 출제와 채점 업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층에 있는 인재개발팀 사무실은 수거된 OMR 답안카드의 채점이 이뤄지는 곳이지만 시건장치나 내부 CCTV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사무실 안팎에서는 5급과 7급 공무원 모의고사 답안지와 집단토론 문서 등이 아무렇게도 않게 나뒹굴었다.
1차 선발시험을 출제한 M학원 내부에는 공무원 시험 관련 문서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사진=송영훈 CBS 수습기자)
또 외부인의 출입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송씨는 1월8일부터 10일 사이에 개발팀 사무실에서 문제지를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송씨를 지역인재로 선발한 제주 모 대학교에 선발 시험과정에 조작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송씨가 1차 선발시험부터 문제지를 유출해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서 지역인재 선발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반발 등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송씨는 지난 2월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정부서울청사에 5차례나 침입해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서 시험성적을 조작했다.
송씨는 2차 필기시험 점수 45점을 75점으로 고치고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고 지난 6일 밤 구속됐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