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에 떠넘기면서, 정작 교육환경 개선 등에 쓰여야 할 비용은 2년째 단 한 푼도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도 교육청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충당하기 위해 최근 4년간 발행한 지방교육채 규모만도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교부 보고' 자료를 분석해 11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기준재정수요액' 산정 항목 가운데 △교육환경 개선비 △교직원 인건비 △공립학교 신설·이전·증설비 △공립 유치원 신설·증설비 등의 항목은 0원이거나 일부 금액만 책정됐다.
기준재정수요액은 교육부가 보통교부금을 전국 교육청에 배분할 때 쓰는 기준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와 교육세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보통교부금은 96%를 차지한다.
보통교부금은 2013년 39조 6105억원, 2014년 39조 4117억원, 지난해 38조185억원 등이었다. 올해는 교부금 보전 지방채인 1조 3200억원을 포함해 41조 1041억원으로 책정됐다.
보통교부금 규모가 매년 크게 다르지 않지만, 2013년부터 누리과정 예산이 기준재정수요액의 '유야교육비·보육류지원' 항목에 포함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는 게 참여연대와 민변측 설명이다.
2012년만 해도 1조 5880억원이었던 해당 항목이 올해 3조 9820억원까지 폭증하면서, 다른 항목들의 예산 누락이나 삭감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년 넘은 학교의 화장실 등 노후시설 개선에 쓰이는 '교육환경 개선비'는 지난해만 해도 1조 4200억원이 소요된다고 교육부 스스로 계산해놓고도,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교원 명퇴수당 1조 1천억원도 지난해 기준재정수요액에선 누락됐고, 공립 유치원 신설·증설비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대신 이들 비용을 모두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충당하게 했다. 이러다보니 2013년만 해도 9752억원이던 지방교육채 규모는 2014년 1조 8454억원, 지난해 5조 1530억원으로 치솟았고 올해 역시 2조 6095억원에 이른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교육부가 법규와 달리 항목에 따라 자의적으로 교육예산을 산정해 교부금을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교육재정 파탄을 초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교육부는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지급했다"고 계속 주장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인한 누리과정 지원 중단 위기를 외면해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처럼 '꼼수 편성'을 해온 것은 결국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 남발과 '증세없는 복지' 원칙 때문이란 지적이다. 교육예산을 교육수요에 맞게 조정하긴커녕 오히려 교육예산에 교육수요를 맞추는 자의적 정책을 고집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보통교부금은 지역간, 계층간 경제능력 차이에 따른 교육편차를 방지하고 국가 책임하의 보편적인 교육을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교육재정수요를 산정한 뒤 재원이 부족하면 재원 인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