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지그시 쳐다보면서 뒤에서 껴안고 볼을 제 얼굴에 비비더라고요. 소름이 끼쳤습니다."
서울의 제2금융권 한 금융기관에서 근무중인 A(34)씨는 지난 1년간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기관의 대표인 60대 여성 B씨를 만난 뒤 지속적으로 성추행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
A씨는 "(B씨가)지나가다가 '아들 같다'며 손과 등을 만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일일이 기억 못할 정도로 자주했다"라면서 "직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그동안 참고 또 참았다"고 말했다.
직장내 여성 상사에 의한 남성 직원들의 성추행 의혹인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건 A씨뿐이 아니다.
◇ "귓불 만지고 포옹…결재도 망설여져"2009년 해당 금융사에 입사한 C(32)씨는 B씨의 결재를 받는 일이 악몽보다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류 결재를 받으러 가면 B씨가 '젊은 직원이라 몸이 좋다'면서 팔다리와 가슴을 더듬거리기 일쑤였다"며 "결재를 받으러 가는 게 두렵고 망설여졌다"고 말했다.
2013년 입사한 D(38)씨는 금융인의 삶을 선택한 걸 후회할 정도로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기 아들이 저와 동갑이라면서 '아들 같다'면서 접근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귓불을 만지고 갑자기 뒤에서 포옹까지 했어요."
당황스러웠던 나머지 얼굴이 빨개지자 B씨는 "너무 귀엽다"며 어깨를 감싸안기도 했다고, D씨는 밝혔다.
이 외에도 피해를 당했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이어지면서 직장 내 소문이 퍼지자 B씨는 해당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차 한 행동을 추행으로 몰아가느냐"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 "더이상 피해 없어야" vs "사실 무근, 억울해"참다 못한 직원들은 결국 B씨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이들은 "갑의 위치에서 뻔뻔하게도 '격려'라는 가면을 쓰고 부하 직원들에게 성추행하는 B씨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용기를 냈다"면서 "여러 직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데도 남자라는 이유로 참아야 했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주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B씨는 또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직원을 폭행해 최근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1월 노조를 설립한 지점장 등 3명의 가슴과 턱을 때려 전치 3~4주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억울하다, 직원들 엄마보다 훨씬 나이도 많은 내가 무슨 이유로 성추행을 하겠느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서울시향 박현정 전 대표에게 제기된 남성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이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