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좌익효수'라는 필명으로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수차례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직원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21일 국정원 직원 유모(42)씨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관련 기사에 문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을 4차례 올리고, 2011년 4·27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격전지였던 경기 분당을의 손학규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6차례 올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당시 유씨는 호남비하 발언과 함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왜곡한 댓글도 작성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이 기소 당시 적용했던 국정원법 18조 1항은 '정당·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정원법 9조 2항 4호는 국정원 직원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 등 정치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재판부는 "유씨가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기 위해 댓글을 게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점은 있다"면서도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2011년 4·27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유씨가 달았던 댓글이 모두 6회에 불과하고, 그중 3회는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게시했으며, 댓글을 게시한 기간도 단 사흘에 불과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게시글·기사를 보고 즉흥적이고 일회성으로 댓글을 게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선거와 관계 없이 훨씬 전부터 야권 정치인에 대해 매우 저속하고 과격한 표현으로 비방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온 것과 모습이 일관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씨는 이미 게시된 글을 보고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고, 유씨의 댓글이 어느 정도의 비중이나 위치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해당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어서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서도 "댓글이 모두 4회에 불과하고 매일 두 건씩 이틀 동안 게시됐을 뿐이어서 낙선을 도모하려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오히려 유씨가 소속된 기관의 활동에 대해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비난·비방함으로써 자신이 소속된 기관을 보호하거나 방어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씨가 방송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 씨와 그 가족에 대해 수십 차례 모욕 댓글을 올린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권익을 수호하고 봉사해야 하는 국가공무원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온갖 욕설을 하고 저속하고 외설적인 표현을 동원해 모멸감을 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유씨가 국정원법 일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데 대해 "국정원은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국가조직과 구별되는 차별성이 존재한다"며 기각 결정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망치부인' 이 씨가 유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