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거부하는 직원이 자래배치 받았던 곳(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퇴직을 거부하는 직원에게 벽을 보고 앉도록 한 두산계열사에 정부가 "법 위반 사항이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고용노동부는 퇴직을 거부하는 직원에게 벽을 보고 앉도록 책상을 배치해 이른바 '면벽논란'을 일으킨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모트롤을 상대로 수시감독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인사 지침에 따라 교육훈련이나 배치전환이 퇴출 목적이 아닌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향후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단순히 벽을 바라보도록 배치한 행위로는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前)근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관행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노동부가 추진한 공정인사지침이 현장에 정착해 기업들도 잘못된 관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기업이 인력 퇴출을 위해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벌이고도 정부의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남겨진 셈이어서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2월 직원 20여명에게 명예퇴직을 통보하고, 이를 거부한 차장급 A(47)씨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면서 사무실 벽을 바라보고 앉도록 지시했다.
A씨는 이런 대우를 견디다 못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복직돼 구제신청이 기각됐다.
한편 노동부는 근로기준분야에서 두산모트롤 측이 연차수당 등 총 117명에게 4억 98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해 다음달 16일까지 지급하도록 시정지시했다.
또 안전난간구조 부적정, 특별관리대상물질 관리 부적정 등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 및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