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사진= tvN 제공)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가 표절 논란은 해결되지 않은 채 종영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위기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의 대립을 그린 협상극이다.
드라마의 시작은 화려했다. '일촉즉발 협상극'이라는 신선한 소재, tvN 드라마의 상징처럼 된 영화 같은 영상미,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신하균, 유준상 등의 탄탄한 연기력 등으로 '제2의 시그널'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며 2016년 tvN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힘을 너무 쏟았던 탓일까. 중반부로 가면서 협상이라는 참신한 소재는 행방불명 됐고, 어느 순간 '피리남' 찾기에 혈안이 됐다. 반복되는 사건과 설정, 늘어지는 전개와 현실성 떨어지는 설득력에 시청자는 지루함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첫 방송 당시 3.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순조롭게 출발한 드라마는 마지막 회 1.7%를 기록하며 아쉬운 퇴장을 했다.
어디 그뿐이랴, 웹툰 작가 고동동이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자신의 작품 '피리부는 남자'를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작품성까지 빛바래 '표절 드라마'라는 오명을 안고 떠나야 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표절 논란, 당사자로 지목된 류용재 작가는 "표절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하지만 표절 의혹을 제기한 고동동 작가는 여전히 근거를 제시해 가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상태다.
◇ '피리부는 남자' vs '피리부는 사나이'
(위)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포스터 (아래) 웹툰 '피리부는 남자'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일, 웹툰 작가 고동동이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류용재 작가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된다.
고동동 작가는 지난 2014년 웹툰 '피리부는 남자' 시나리오를 공모전에 제출했고 당시 자신이 응모한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류용재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
하지만 표절 의혹을 받은 류용재 작가는 직접 공모전 주최기관인 광주 정보 문화산업 진흥원을 방문해 원안을 확인한 결과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판단한다"고 표절 의혹을 반박했다.
류 작가는 "처음엔 무척 놀랐지만, 저작권자인 고동동의 동의를 구해 광주로 직접 찾아가 원작 자료를 직접 읽어봤다"며 "그런데 우리의 작품은 서로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제목이나 모티브는 독일의 구전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를 차용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그럼에도 고동동 작가는 "두 작품에 유사성이 많으며, 류용재 작가가 공모전의 최종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심사의견서가 있다"며 전면 반박해 팽팽한 대립을 펼치고 있다.
◇ 쟁점 1 - 캐릭터, 콘셉트 등 작품의 유사성고동동 작가는 작품 소재에 피리부는 남자가 등장한 점, 피리 부는 남자를 테러범으로 해석하는 점, 그리고 가스 살포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부패한 권력에 맞선다는 부분을 유사점으로 꼽으며 표절 근거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작품이 지닌 전반적인 세계관과 제목이 지닌 작품의 유사성이 표절 의혹을 뒷받침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류용재 작가는 "작품이 몇 가지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으나 주요배경과 콘셉트, 사건의 전개과정,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관계 등 내용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차별점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류 작가는 이어 "고 작가님의 작품은 주요 배경이 지하철이고 핵심 콘셉트는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테러, 7개의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하는 살인게임'이다. 하지만 내 작품에는 테러나 인질극, 납치, 비행기 피랍 등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고 지하철은 등장하지 않는다. 중심 캐릭터 또한 공통분모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수 세기동안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작가가 재구성한 작품이며 '테러를 통한 사회적 복수'라는 키워드 역시 '더 테러 라이브' '모범시민' 등 많은 작품이 공유하고 있는 모티브"라고 문제 없음을 강조했다.
류 작가의 이와 같은 입장에 고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유사한 장면이 수차례 발견됐다. 법적대응을 통해 밝힐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 쟁점 2- 작품 기획시기그렇다면 두 작가는 언제 작품을 기획했을까.
먼저 표절 의혹을 제기한 고동동 작가는 지난 2014년에 제출했다. 10년 이상 구상해온 시나리오를 광주 정보 만화 산업 진흥원 공모전을 통해 제출했고 당시 이 시나리오를 심사한 사람이 류용재 작가였던 것이다.
반면 류용재 작가는 2009년 강연으로 경찰대학교 협상전문 교수님과 인연을 맺으며 협상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0년부터 '네고시에이터'라는 제목으로 해당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 아이템을 개발해 왔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2014년 고 작가의 시나리오를 심사하기 훨씬 전에 이미 류 작가는 작품 기획을 끝마쳤다고 한다.
◇ 쟁점3 - 류용재 작가의 심사 참여 여부
'피리부는 사나이' 포스터 (사진= tvN 제공)
이번 표절 논란의 가장 핵심으로 떠오는 것이 바로 류 작가가 심사에 어디까지 참여했는지다.
고 작가는 2014년 광주정보만화산업진흥원공모에 '피리부는 남자' 시나리오 제출 당시 "1,3차 심사 때 류 작가가 내 작품을 검토했고, 3차 심사에서는 '피리부는 남자'의 심사표를 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고 작가는 드라마 '피리부는 남자'의 내용 중 일부분을 예견했고, 그 예견이 맞아 떨어지면서 표절 의혹에 힘이 실렸다.
지난 26일 고 작가는 "제 시나리오와 유사하다면 회장의 아들이 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드렸는데, '피리 부는 사나이' 15화에서 실제 납치가 이루어 졌습니다"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표절 주장을 뒷받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