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작가는 에세이 '인생견문록'에서 자신만의 인생 속도를 만들고 지켜낼 것을 당부한다.
이 책은 5년 넘게 <월간에세이>의 '김홍신의 살다 보면'이라는 코너로 연재한 글 중에서 선별한 것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모든 두려움은 자신이 만듭니다>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조차 미처 깨닫지 못하고 스쳐 보내는 오늘의 우리 모습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할 것을 당부한다.
<2장 인생의 모래알>에서는 사막을 횡단한 탐험가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신발 속의 모래알이듯 우리 자신의 마음 안에 숨겨진 모래알을 알아채고 그것을 발판삼아 인생길을 걸어보자고 제안한다.
<3장 스스로 깎고 다듬질하는 이유>에서는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음을 환기시키며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하고,
<4장 물처럼 바람처럼>에서는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살리라는 소신을 길러준 어머니의 일화를 선보인다.
<5장 행복은 아날로그로 찾아옵니다>에서는 우리 역사를 잘 알아 자부심과 자긍심의 가치를 일깨운다.
<6장 내 마음을 보는 연습>에서는 인도 여행기를 소재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7장 따뜻한 마음도 퍼내지 않으면 말라버리리니>에서는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나 아닌 존재와 함께 기쁨과 행복을 나눌 것을 당부한다.
본문 중에서인호 형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했는데, 손톱이 빠지는 지독한 고통을 겪으며 펜으로 쓴 작품이었습니다. 침샘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인호 형은 "환자가 아닌 작가로 죽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제 가슴속에서 불길이 일었습니다. 한낱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컴퓨터를 배우지 못해 만년필로 꾹꾹 눌러쓰는 핑계를 댔는데, 인호 형은 손발톱이 빠지면서도 작가로 죽겠다지 않습니까. 원망하거나 암에 걸렸다는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고 암세포와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몸속의 세포는 그 사람이 생각한 대로 변합니다. 나의 주인은 바로 내 마음인 것입니다. 모든 두려움은 자신이 만듭니다. 생각에 얽매여서 괴로움이 자꾸 증폭되거나 점점 더 커집니다. 내가 만드는 것이 인생이라고, 그렇게 살자고 다짐하지만, 이런 생각이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사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1장 모든 두려움은 자신이 만듭니다> 중에서
사람은 세월을 먹고살기 때문에 나이 들면 손바닥에든 마음에든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을 적어놓아야 하겠습니다. 현대인들에게 건망증이 심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아서 기억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정작 나와의 약속, 잊어서는 안 될 사람이나 용서, 베풂, 진실, 행복과 같은 인간적 코드는 소홀히 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1년에 한두 번쯤 휴대폰을 며칠 꺼놓거나, 신문 방송과 절연한 채 호젓한 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하루 이틀 정도 단식을 해보면 자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렵지 않게 자기의 인간적 코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편리함은 디지털의 몫이지만, 행복은 아날로그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적 코드는 결국 아날로그이고 그것이 곧 행복입니다.
―<5장 행복은 아날로그로 찾아옵니다> 중에서
불안, 두려움, 근심, 걱정은 모두 마음에서 오고 생각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그 마음을 찾을 수 없다면 이미 해결된 것과 같습니다.
태풍을 제 힘으로 막을 재간은 없습니다. 지붕을 와이어로 고정하고 바람 구멍을 실리콘으로 막고 창문에 테이프와 신문지를 붙이고 장독 뚜껑을 무거운 것으로 눌러놓은 것은 제 마음을 편안케 하고 저를 안심시키는 행위였습니다.
고등동물일수록 걱정이 많다고 하지요. 걱정거리는 사람의 몸에 잘 달라붙는 숲속의 도깨비바늘 같은 것이어서 달라붙고 떼어내기를 반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7장 따뜻한 마음도 퍼내지 않으면 말라버리리니> 중에서
월간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