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 주연배우들 (사진= CJ E&M제공)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원로배우가 모두 뭉쳤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역할이 익숙한 그들이 당당히 주연배우로 등장해 황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희경 작가와 시니어 배우의 만남에 화제가 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베일을 벗었다. 믿고 보는 배우와 인기 작가의 만남에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드라마 기획대로 황혼 청춘기가 젊은 세대에도 통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tvN 새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프렌즈'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홍종찬 PD, 노희경 작가를 비롯, 주연배우 신구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주현 윤여정 고두심 고현정 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노희경, "노년기 진짜 치열…더 이상 미룰수 없어 제작"
노희경 작가 (사진= CJ E&M제공)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디어 마이 프렌즈'는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다.
드라마 극본을 맡은 노희경 작가는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치열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를 하고 정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노년이야말로 진짜 치열하다는 것"이라며 "인생으로 보면 가장 치열한 시기가 노년이다. '죽거나 혹은 아프거나'다. 누구를 사랑해서 애타는 건 치열한 게 아니다. 내 목숨이 오늘 아니면 내일 당장 끊어질 수도 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노 작가는 지금 황혼기를 다룬 것에 대해 "지금이 아니면 나의 우상인 배우분들과 함께 할 수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 더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황혼의 시기를 맞은 주인공이 서로 물고 뜯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황혼기를 다루는 설정에 맞게 당연히 주연배우는 노배우들이 맡았다. 배우 신구, 김혜자, 김영옥, 나문희, 주현,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등이 그 주인공.
한류스타는 아니어도 이들 역시 수많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익히 얼굴을 알린 내로라하는 배우들이다. 그들을 한 작품에 모이게 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때문에 이들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시니어벤져스'(시니어 +어벤져스)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 작가는 "섭외가 어려운 점은 없었다. 기획 단계에서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보다 '돈'이 되는 게 문제였다"며 "여태까지는 내가 잘 해서 (작품이) 런칭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노 작가는 배우 섭외과정보다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황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방송사와 제작사에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의문이었던 것이다.
노 작가는 "지금의 한국 드라마는 중국 시장을 보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나. 나 또한 이 시류에 편승한 인물 중의 한 명이었다"고 반성했다.
이번에 노년기를 주인공으로 다룬 것에 대해서는 "'관찰의 부재'가 만들어낸 소통하지 못하는 현시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이분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래서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고, 관찰에 초점을 맞췄다. 목적이 잘 전달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귀여워하고, 예뻐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노배우들, "일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디어 마이 프렌즈' 주연배우들 (사진= CJ E&M제공)
노 작가의 이 같은 기획의도에 노배우들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시니어가 주인공인 극에 출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옥은 "우리가 일할 수 있다는 자리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너무 좋아서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고현정이 빠지면 촬영장서 막내라고 밝힌 고두심은 "촬영 내내 입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어디 가면 어른이라고 내팽개치는 데 여기서는 고현정을 빼고 내가 제일 막내다. 좋으면서도 어려운 점이 있다. 누가 커피 가져오라고 하면 뛰어가야 한다"고 웃으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윤여정은 "김혜자 언니가 드라마 포스터 촬영 날 내 손을 꼭 잡고 '이 작가가 우리를 죽기 전에 만나게 해주려고 이 작품을 썼나 봐'라고 말해서 울컥했다"며 "노희경이 아니면 이런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하겠느냐"고 고마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