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노동당 대회 모습(사진=노동신문 제공)
북한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의 엄중한 대결 국면이 북한 7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마저 물거품이 됐다.
북한은 6~9일 진행된 당 대회에서 '항구적인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하며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에만 몰두했을 뿐 비핵화 대화에는 결코 응할 뜻이 없음을 확고히 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핵 보유는 곧 생존이고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셈"이라고 말했다.
◇ '세계의 비핵화'로 中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도 거부이에 따라 한·미·일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제재·압박을 더 강화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중국의 경우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을 통해 출로를 모색하려던 찰라 북한이 이를 단칼에 거절한 셈이어서 배신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은 한·미 양국 등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협정을 맞바꾸자는 것으로, 중국은 양측 입장을 반영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유용한 해법이라 말해왔다.
그런데도 북한은 '세계의 비핵화'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을 운운하며 비핵화는 아예 논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핵군축 정도에나 응할 수 있다고 보란 듯 대못을 박은 것이다.
황당하기까지 한 북한의 이런 태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대 핵보유국 중심의 전후체제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내용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개발의 미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당 대회 결과만을 토대로 국제사회가 당장 제재·압박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천명한 이상, 역설적으로 추가 핵·미사일 실험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핵실험 등을 해줘야 추가 제재 분위기가 살아나는데, 그 이전까지는 당분간 오히려 안정된 분위기로 갈 수 있다"며 "항상 그런 패턴이 반복돼왔다"고 말했다.
7차 당 대회 자체만으로는 현상 변화의 모멘텀으로서 부족하고, 뭔가 추가적인 계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일종의 교착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 北 추가 도발 여부가 변수…이전까지는 교착국면 예상이럴 경우 한·미 양국 등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북 제재 효과가 조만간 현실화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북한이 내성을 키우며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면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진다.
북한이 여전히 멀쩡한 이유에 대해 한·미는 중국을 다시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유보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카드를 다시 꺼내들 공산이 크다.
물론 이런 계산을 하지 않을 리 없는 중국은 어떻게든 북한을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의 틀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위기 관리에 나서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비록 '동지'라는 호칭이 빠지긴 했지만 양국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 지도부에 김정은 위원장 추대 사실을 미리 알려줬고, 중국은 신속하게 북한에 축전을 보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계기로 화해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향후 중국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북중 관계가 서서히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하지만 북한의 기존 행동 양태로 볼 때 북한이 지금 원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아니라 한·미 양국의 반응이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통해 유리한 조건에서 대화에 나서되, 이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다시 도발·위협을 반복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북한이 이번에 우리 당국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어조로 군사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제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일종의 '무시전략'만을 고수한다면 북한의 국지도발이나 5차 핵실험 등은 '관심 끌기' 차원에서라도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한반도에 불어 닥칠 혼란과 긴장의 수위는 현재로선 예측조차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