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북한은 16일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우리 시간으로 지난 6일 대선 승리를 선언했으니까, 15일로 이미 10일을 넘겼다.
북한 매체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신속하게 보도하지 않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당선됐을 때 북한은 두 달 넘게 침묵하다가 공식 취임 이후에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1월 8일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을 때는 11일 만인 11월 19일에 미국 대선 결과를 알렸으나, 직접적인 보도가 아니라 우회적으로 당선 소식을 전하는 방식을 취했다.
노동신문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것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트럼프의 당선 사실을 알린 것이다.
다만 이번 재선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핵문제에 대해 자주 언급을 했고, 두 정상이 과거에 빈번하게 친서를 주고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임진강변의 북한군.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의 대선 승리 선언이후 10일이 지나서도 북한의 보도가 없다는 것은 북한이 첫 반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재선의 보도시점과 수위, 방식, 대미 메시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첫 반응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일종의 대미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서 북한이 먼저 움직이며 몸 달아 하는듯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나, 적어도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라인에서 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언급이 먼저 나오길 기다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언급에 따라 트럼프 재선 소식을 간단히 전하고 지나갈 수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를 비난하며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비난과 기세 싸움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신중한 태세를 취하는 것은 최대 현안인 러시아 파병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라는 또 하나의 '혈맹'을 만들고 다져나가는 것은 미국에 대한 압박이자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 냉전 구도가 강화될수록 북한에게는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김 위원장이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북미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난 6일 발표한 '트럼프의 귀환과 한반도 : 시사점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등을 통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임기 시작 이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한 북한에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북한 또한 당분간 러시아와의 안보·경제적 협력에 의지해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핵능력 증강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섣불리 대화를 우선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보다 트럼프 정부에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핵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접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두 정상은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대화를 시작할 수요는 많다.
북한은 항상 그래왔듯이 대화제의에 부분적으로 응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에 요구할 게 있을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만이 아니라 북한과 관련해서도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재개를 통한 북한 도발의 관리라는 정치적 성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북미 정상이 적절한 시점에 친서를 주고받는 등 친교정치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한 만큼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시키는 평화교섭 과정에서 북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