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찾아 사과와 보상을 해야 된다"
심진태(75) 한국원폭피해자협의회 합천지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앞둔 7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방문에 맞춰 직접 히로시마를 찾아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한맺힌 요구를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히로시마 현지에서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뜻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하지만 미국도 원자폭탄을 사용한 원죄가 있는 만큼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직접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히로시마 평화공원 앞에서 피켓시위 등을 할 예정이다"며 "일본이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후쿠오카에 가서라도 시위를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히로시마 평화공원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앞에서 서한문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원폭 피해자인 심 지부장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에서 원폭 피해자 620명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1943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세 살 되던 해인 1945년 8월 원폭이 떨어졌던 곳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
몇 달 뒤 가족들과 함께 귀국했고 원폭 피해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 없이 세월을 보냈다.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원인 모를 피부병에 평생 시달렸다.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그런데 건강하게 태어난 넷째딸이 돌이 지나 원인 모를 병을 앓다가 몸이 말라가며 죽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딸이 죽은 1976년 당시엔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피폭된 나 때문에 딸이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피폭된 어머니 역시 12년을 원인 모를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애통해 했다.
심 지부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일본 피해자는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피해자는 타의에 의해 징용에 끌려가 피해를 받은 것이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무고한 한국인 희생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원폭을 사용할 당시 전쟁상황을 보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월등히 앞선 상황이어서 언제 일본이 항복해도 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 성능 실험을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전쟁과 식민지 침략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도 잘못이지만 이를 비호하며 원폭 투하 원죄적 책임을 회피하는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심 지부장은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한국인 피폭자 관련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고 한국인 피폭자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증인이자 전쟁과 핵 피해를 몸으로 겪은 산증인이다"며 "한국인 원폭 피해자 고통이 일본 식민지배와 미국 원폭 투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 지부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인정, 조사, 사죄와 배상은 미국과 일본 정부의 당연한 소임이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 방문이 피해자로서 일본을 부각하고 침략 전쟁과 식민지배 책임을 회피하려는 아베 정권 의도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피폭자들에게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고 반인륜적인 핵폭탄 투하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간절히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