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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 쌤' 마지막 스승의날 "마음도 꿰매주고파"

사회 일반

    '재봉틀 쌤' 마지막 스승의날 "마음도 꿰매주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철회 (천안 쌍용중학교 ‘재봉틀’ 선생님)

    어제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기억나는 선생님 찾아뵙고 싶은 선생님 한 분쯤은 있으실 텐데요. 천안의 한 중학교 학생들에게는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로 기억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고 그럽니다. 이 학교의 학생부장 선생님 김철회 선생님이신데요.

    그런데 보통 학생부장하면 학교 내에서 악역을 맡기 마련이신데요. 이 선생님한테는 '재봉틀 선생님'이라는 귀여운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시죠. 천안 쌍용중학교의 김철회 선생님 연결되어 있습니다. 김철회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철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교직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철회> 78년도 시작했으니까 약 39년째 됩니다.

    ◇ 김현정> 39년째. 그런데 별명이 재봉틀 선생님이시라고요?

    ◆ 김철회> 네. 학생들이 그렇게 불러주네요. (웃음)

    ◇ 김현정> 혹시 가사 과목 담당이세요?

    ◆ 김철회>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 김현정> 과학 선생님이 어떻게 별명이 재봉틀 선생님이 되셨어요?

    ◆ 김철회> 학생들 옷 뜯어진 걸 꿰매주고 있어서요. 재봉틀로 학생들하고 친해져서 학생부장님보다는 재봉틀 선생님이 더 친밀감을 느꼈나 봐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이들의 교복을 선생님이 재봉틀로 직접 수선을 해 주시는 거예요?

    ◆ 김철회> 네. 놀다가 옷이 찢어지는 아이들도 있고요. 3학년 학생들 같은 경우는 3년을 입다 보니까 옷이 닳아서 쉽게 앉다가도 찢어지고, 장난하다 찢어지고 굉장히 많아요. 한 3분의 1은 옷이 다 찢어지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얘들 걸 다 선생님이 직접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주시는 거예요?

    ◆ 김철회> 지금 그렇게 해 주고 있습니다. 세탁소에 1명도 안 보내고 있습니다. (웃음)

    재봉틀 선생님 김철회 씨(사진=본인제공)

     

    ◇ 김현정> (웃음) 요즘 학생들 그러면 멋낸다고 해서 일부러 옷을 줄여입기도 하잖아요, 딱 맞게. 그런 것도 다 해 주시나요?

    ◆ 김철회> 줄이는 건 학교 규정이 아니라 안 됩니다. 그건 혼나고 가죠.

    ◇ 김현정> 그건 혼나고요. (웃음) 그러면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근가실 때 재봉틀을 싸가지고 가시는 거예요?

    ◆ 김철회> 아닙니다. 학교에서 가사실에서 임대로 빌려서 학생부에 설치를 해요. 식탁 하나에다 고정시켜서요.

    ◇ 김현정> 선생님, 이거를 15년 전에 도대체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 김철회>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재봉틀이 집에 처음 있었는데, 옛날에는 발로 하는 거잖아요. 제가 제일 먼저 그걸 익혔어요. 그러다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또 어머님이 바쁘시니까 시골이다보니까. 그래서 제 옷은 제가 기어입고 늘려입고 줄여입고 하다 보니까, 완전히 재봉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렇게 해서 그 재봉틀 기술을 가지고 계셨던건데, 어떻게 학생들 옷 까지?

    ◆ 김철회> 아이들을 보니까 '교복, 맨날 왜 안 입니.' 그러면 세탁소 보냈다고 그러는데 그건 거짓말이고. 그런데 지금은 '너 왜 안 입었어.' 그러면 할 얘기가 없죠. 제가 수선을 다 해 주니까. 그 뒤로 교내에서 옷을, 교복을 안 입고 다니는 학생이 없어졌어요. 또 거리감 있던 학생들은 고쳐주면서 대화를 하면 굉장히 친근감을 느껴서, 꼭 옷 수선이 아니더라도 찾아오고 그런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15년 동안 만난 수많은 학생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교복 갖고 싸가지고 왔던 학생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 김철회> 한 번은 학생이 둘이 싸워서 옷이 막 다 뜯어져서 온 경우가 있어요.

    ◇ 김현정> 싸우다가 교복이 찢어져서요?

    ◆ 김철회> 네. 윗도리가. 그래서 와서 얘기를 해도 둘이 막 화가 나서 선생님 말도 잘 안 듣더라고, 얘기를 해도. 그래서 앉혀놓고 일단 옷을 거기서 수선을 해 줬어요. 그 수선을 하는 동안 얘들이 수그러지더라고요. 그러더가 '마음이 풀렸니?' 물어봤더니 마음이 풀렸어요. 그러더니 '선생님 고맙습니다. 화해하겠습니다.' 금방 화해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학교 종소리)

    ◇ 김현정> 아, 지금 학교 방송이 나오네요? (웃음)

    ◆ 김철회> 맞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래서 화해하라고 하니까, 수선하는 동안 화해해서 손잡고 나갔군요.

    ◆ 김철회> 그 뒤로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학교 생활 잘 했고, 스승의 날 같은 때 '선생님, 그때 옷 꿰매주셨죠.' 하면서 카네이션 가지고 와서 그랬을 때는 굉장히 흐뭇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재봉틀 선생님' 김철회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수선비는 좀 안 받으세요?

    ◆ 김철회> 받습니다.

    ◇ 김현정> 받으세요? 얼마 받으세요?

    ◆ 김철회> 마음. (웃음) 감사하는 마음을 꼭 전하고 가거든요. 갈 때 꼭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가거든요. 또 자기네들이 초코파이에다 편지를 써놓고 '선생님이 제 마음까지 꿰매주셨습니다.' 하는 글도 있었거든요.

    ◇ 김현정> 선생님, 퇴직하시고 나면 수선가게 하셔도 괜찮겠는데요?

    ◆ 김철회> 다른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세요. (웃음)

    ◇ 김현정> 아니, 이번 8월에 정년퇴임하신다면서요? 아이들 어른어른 거려서 어떡하세요?

    ◆ 김철회> 그건 그럴 것 같아요. 아직도 학교 떠나기 싫거든요.

    ◇ 김현정> 아직도. 직접 교복 꿰매줬던 학생들에게 끝으로 한 말씀 하실까요?

    ◆ 김철회> '여러분들이 있기에 제가 지금까지 있습니다. 남은 기간, 또 남아 있는 세월 여러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살아가는 얘기, 좋은 얘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감사드리고요. 얼른 수업하러 가셔야죠. (웃음)

    ◆ 김철회> 네.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충남 천안 쌍용중학교의 김철회 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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